[펀드야 놀자] ‘가치펀드’는 모두 가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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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약세장이 전개되면서 많은 전문가가 ‘가치 펀드’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가치 펀드의 수익률 특성이 약세장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때문인지 요즘 들어 부쩍 ‘가치’ 혹은 가치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Value(밸류)’자가 들어간 펀드가 늘어났습니다. 과연 이 펀드들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그 펀드일까요?

가치라는 단어가 들어간 펀드는 크게 ‘가치주’ 펀드와 ‘가치투자’ 펀드 두 그룹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가치주 펀드는 기업의 순이익·자산가치 등 재무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주식에 투자합니다. 이런 종목에는 시가배당률이 다른 종목에 비해 높거나 소위 ‘굴뚝주’로 통칭되는 전통 제조업체가 많이 포함됩니다. 이에 비해 가치투자 펀드는 주가의 저평가 여부를 따질 때 전통적인 가치주 펀드의 측정지표와 동시에 매출액·순이익 등 성장 가능성을 함께 고려합니다. 따라서 가치투자 펀드의 보유 종목에는 가치주는 물론 정보기술(IT)주 등 성장주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가치’를 기치로 내건 펀드들은 그들의 주장대로 운용되고 있는 걸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국내 주식펀드 중 이름에 가치(밸류·Value)가 들어가 있거나 투자설명서를 보건대 가치 펀드라고 판단되는 20개 운용사 25개 펀드를 조사해 봤습니다. 투자설명서를 분석한 결과 이 중 15개 펀드가 가치주 펀드에 속하고 10개 펀드가 가치투자 펀드로 분류됩니다.

이 펀드들의 수익률 방어력은 어땠을까요? 약세장이었던 지난 한 해 동안 코스피200지수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던 펀드 수는 11개였습니다. 평균적으로는 시장수익률을 웃돌았으나 대상 펀드의 44%가 시장수익률을 밑돈 것은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시장수익률을 밑돈 펀드 11개 중 가치주 펀드는 9개, 가치투자 펀드는 2개였습니다. 방어력 측면에서 가치투자 펀드의 압도적인 승리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수익률 방어에 실패한 펀드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가치주’ 펀드라 실패율이 높았던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가치주 펀드와 가치투자 펀드를 불문하고 보유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을 이용해 주식시장 전체와 비교해 봤습니다. 두 지표가 시장 평균값보다 높아 가치주 스타일이라고 보기 힘든 펀드 8개 중 6개, 또 시가배당률이 시장 평균보다 낮았던 13개 중 9개 펀드가 실패한 펀드에 속했습니다. 결국 펀드가 주장하는 대로 운용하지 않아 수익률 방어력이 약했다는 말입니다. 진정한 가치 펀드에 투자하려면 꼼꼼한 사전 점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로인 최상길 전무(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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