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혁명]10.한국 만화영화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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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7월 서울 허리우드극장등 전국 30여개 극장에서는 시네드림사가 쌍용정보통신등의 지원을 받아 만든 국산 만화영화 '전사 라이언' 이 큰 관심 속에서 개봉됐다.

'제작비 30억원. 참여인원 4백50명. 제작기간 2년. 3차원 컴퓨터그래픽등 각종 첨단기술 활용' .제작일지를 들춰보면 만만찮은 자본과 땀이 투자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흥행은 참담한 실패였다.

관객 수 15만명에 수입은 고작 4억원. '국산 만화영화는 성공못한다' 는 비아냥거림을 한번 더 남긴 채 '전사 라이언' 은 씁쓸히 퇴장했다.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콘텐츠 제작에 실패한 것이죠" 시네드림사 윤일훈 (尹一薰.34) 사장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기획력과 기술력 모두 모자라는게 우리의 현실" 이라고 말한다.

국내 콘텐츠기술은 교육용소프트웨웨에서부터 전자출판.게임타이틀.디지털영상물에 이르기 까지 개발도상국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멀티미디어 콘텐츠 시장규모는 2천1백억원대. 세계시장의 5백분의 1도 안된다.

국내 콘텐츠산업이 이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기술과 인력부족등에 원인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콘텐츠산업에 대한 이해부족을 꼽을 수 있다.

국산 영화제작에 큰 돈을 댔다 실패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의 회고담. "콘텐츠를 산업으로 보고 차분히 육성하기 보다는 한 판의 투기판으로 생각하고 덤벼든 것이 잘못이었어요. " 각종 디지털 저작도구를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창의성과 기획력에 대한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는 능력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작품에 관객이 몰리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넌센스라는 설명이다.

극장용 장편 만화영화를 만들었으나 흥행에 실패한 업체들은 대부분 공중분해됐다.

이들이 겪은 시행착오는 국내 콘텐츠산업 육성에 귀한 열매가 되지만 이를 차곡차곡 쌓아 콘텐츠산업 인프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게 국내콘텐츠산업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2001년까지 매년 5백50억원 가량을 투자, ▶요소기술.인력확보▶콘텐츠진흥센터설립▶법.제도 정비등 인프라개선위주의 콘텐츠산업 육성을 추진키로해 희망을 주고있다.

문제는 기업들의 일관된 관점과 장기적인 투자의식이다.

어설픈 상품으로 돈 벌겠다는 조급함보다는 장기 비전을 설정해놓고 체계적으로 실력을 쌓아가야 '콘텐츠 전쟁' 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멀티미디어 콘텐츠개발업체 지오인터렉티브의 김병기 (金炳起.34) 사장은 "콘텐츠산업은 계속되는 투자와 실패.성공의 반복속에서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업종" 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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