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구멍 숭숭 뚫린 국가기관 전산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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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방연구원.해양경찰청.원자력연구소 등 6개 국가기관의 일부 PC가 해킹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안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핵심 국가기관까지 본격적으로 해킹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한국은 세계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위 국가답게 인터넷 인프라와 각종 자료의 전산화는 세계 수준급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보안의식이나 시스템.제도는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국제적인 해커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거나 경유지로 활용돼 왔다.

세계는 본격적인 사이버 정보전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해킹을 통한 정보 유출은 개인 범죄 차원을 넘어 기업 간, 국가 간 사활을 건 '전쟁'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대상도 개인.금융 정보에서부터 첨단 기업 기밀, 국가 안보와 국방 정보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해킹의 피해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해커들은 '공격 대상 PC'를 원격 조종해 저장된 자료의 열람.수정.삭제.파일전송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해커의 공격으로 비행기 일정이 마비되는 모습이 영화 장면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각국이 보안 시스템 개발과 전문 해커 양성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만큼 결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북한도 정예 해커부대를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해킹에 대한 대비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이중 삼중의 방화벽 등 보안시스템이 철저하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음이 수차에 걸쳐 입증됐다. 게다가 해킹 기술도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 만큼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공고히 하고 프로그램과 시스템 개발,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해킹에 대한 대비를 의무화하고 해커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

사이버 시대는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앞장서지 않으면 국제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사이버 시대는 철저한 보안 시스템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