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런웨이 끝에 왕세자비 … 왕가를 위한 ‘근엄한’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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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솜 사와리 태국 왕세자비가 패션쇼 직후 앙드레 김에게 축하 꽃다발을 주었다. [TIRAWA 제공]


◆패션쇼의 중심은 왕족=일반적인 패션쇼의 런웨이 끝에는 사진기자들이 선다. 정면에서 가장 좋은 구도의 사진을 찍게 하기 위한 배려다. 하지만 이번 패션쇼에서 그 자리는 왕세자비 차지였다. 모델들은 최고 귀빈이었던 솜 사와리 왕세자비를 향해 걸어갔고 그 앞에서 가장 멋진 포즈를 취했다. 단상은 태국 국기와 왕실을 상징하는 보라색 천으로 단장됐다. 맨 앞에 앉은 왕세자비의 좌석 앞쪽은 꽃으로 장식됐고 황금색 의자·쿠션이 마련됐다.

◆사진 기자도 정장=1년 내내 여름날씨인 태국에서도 왕가의 일원이 참석하는 행사에서는 민소매나 반팔 옷은 허용되지 않았다. 취재 기자는 물론 사진 기자들에게도 남성은 재킷을, 여성은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지침이 전달됐다. 왕실 가족의 사진은 함부로 촬영할 수 없었다. 허락 없이 왕실 가족의 사진을 찍을 경우 카메라는 무조건 압수한다는 사전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왕족의 사진은 왕실 소속 사진 작가에 의해서만 촬영이 허가됐다.

◆왕족 이동 시에는 모두 정지=솜 사와리 왕세자비가 패션쇼장에 들어서자 모든 관객이 일어섰고 동시에 장중한 왕실찬가가 흘러 나왔다. 왕세자비가 단상에 자리 잡고 선 뒤에도 찬가는 계속 됐다. 음악이 끝나자 행사장 안에 있던 사람 모두가 왕세자비에게 목례를 하고 왕세자비도 관객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답례를 갖췄다. 왕세자비가 자리에 앉은 뒤에야 관객들도 착석했다.

◆왕족을 모시는 예의 ① =패션쇼 피날레 무대. 앙드레 김이 런웨이를 걸어나와 무대 끝에 당도하고 패션쇼 음악이 멈췄다. 단상 앞으로 걸어 나간 앙드레 김이 목례를 한 뒤 두 손을 모으고 서자 시종인 듯한 여성이 무릎으로 걸어나와 왕세자비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후 앙드레 김과 메인 모델 이준기가 차례로 걸어나가 왕세자비의 답례 꽃다발을 받아들고 뒷걸음질쳐 단상에서 내려왔다.

◆왕족을 모시는 예의 ② =일반적인 패션쇼는 출연한 모델 전부가 피날레 무대를 한바퀴 돈 뒤 디자이너가 등장해 객석에 인사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날 패션쇼는 앙드레 김과 이준기가 왕세자비에게 꽃다발을 하사받은 뒤 왕세자비가 행사장을 떠날 때까지 일시 정지됐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것은 왕세자비를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큰 음악 소리에 파묻혀 있던 패션쇼장이 엄숙한 분위기에 휩싸였고, 왕세자비가 완전히 퇴장하자 멈췄던 무대 음악이 진행되면서 비로소 피날레 무대는 끝이 났다. 

방콕=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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