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부터 다른 차들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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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눈, 헤드램프는 디자인면에서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자동차의 얼굴을 완성하는 초석이다. 기능적으론 어두운 도로를 밝혀주는 동시에 다른 차를 배려하기 위한 장치다. 최근 몇 년 동안 달라진 헤드램프 트렌드를 소개한다.

< 성범수 아레나 패션 피처&디자인 팀장 >

최근 몇 년 동안 신차들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단연 헤드램프다. 기능은 최대한 살리면서 디자인적인 요소는 더해지고 있다. 이 같이 헤드램프 디자인이 다양하게 마무리될 수 있는 건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할로겐, 제논, 바이제논을 넘어 현재는 LED가 헤드램프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차에 탑재된 헤드램프는 LED 또는 바이제논을 기본으로 완성되고 있다. 그중 아우디의 제논 플러스 헤드라이트는 물결처럼 배열된 LED 불빛으로 싱글프레임을 넘어 아우디의 정체성을 새롭게 다잡을 태세다. A3는 7개의 LED가 헤드라이트 윗부분을, A5는 8개의 LED가 아랫부분을 감싸고 있고 R8과 A4는 곡선의 느낌이 강하게 디자인됐다. 물론 R8은 12개, A4는 14개로 갯수 역시 다르다. 아우디의 상징인 강렬한 싱글프레임과의 어울림을 위해 불이 꺼진 헤드램프 디자인은 간결하다. 하지만 싱글프레임이 어둠에 묻힌 늦은 밤 촘촘히 헤드램프를 수놓은 LED가 발광을 시작한다. 낮과 밤의 차이를 인지하고 완성된 세심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인정할만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제네레이션 E-클래스는 남성적인 모습을 헤드램프에 담았다. 패밀리 룩인 트윈 헤드램프는 여전하고, 윗부분에 수평 루버가 헤드램프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힘 있게 마무리 됐다. 인피니티는 M 모델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L’자형 헤드램프가 전 라인을 관통해 적용되고 있다. ‘L’자형 프론트 헤드램프는 ‘선’으로 이어지는 부드럽고 날렵한 인피니티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다. 300마력을 훌쩍 넘는 힘과 유연한 주행능력을 헤드램프 디자인을 통해 은연 중에 노출하고 있다.

렉서스는 뉴 RX350을 통해 다시 한번 자사 디자인 철학인 엘피네스(L-Finesse)를 구현해냈다. 윤곽이 더욱 선명한 전조등 그래픽과 함께 그릴 위치를 전조등보다 낮게 드리우는 방식을 취했다. 특히 그릴의 금속 플레이트가 램프 쪽으로 확장돼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렉서스 뉴 RX350은 SUV면서도 크로스오버 세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커다란 차체에도 세단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날렵한 헤드램프도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푸조의 경우 308SW는 푸조 전 모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펠린룩을 담아냈다. 펠린은 ‘고양이(과)의’라는 뜻의 형용사로 고양이 눈을 연상시키는 크리스탈 헤드라이트는 차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분위기를 전한다. 푸조의 패밀리룩인 ‘사자 눈’은 최근 모델들이 점점 귀여운 디자인으로 변모되면서 ‘고양이 눈’으로 변해왔다. 푸조 디자인 총괄 디렉터 키스 라이더는 “앞으로는 입이나 코는 변할 수 있어도 눈(헤드라이트) 만큼은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캐딜락은 패밀리 룩 중 하나인 수직형 헤드램프에 변화를 가하지 않았고, 랜드로버 역시 2003년부터 시작돼 랜드로버 패밀리룩을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헤드라이트 클러스터를 현재까지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원형의 개별적인 라이트들을 사각형 틀에 집중시켜 각진 랜드로버의 외관과 잘 어우러진다는 판단이다. 차의 성격을 무시한 채 헤드램프의 디자인을 한 가지 트렌드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날렵해지는 헤드램프가 대세인 듯 보이지만, 그건 눈길을 사로잡는 지극히 강렬한 모습 때문이겠다. 헤드램프 디자인이 좀 더 파편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보다 정확한 판단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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