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산당 변신 몸부림…21차 당대회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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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공산당이 상승세에 힘입어 '21세기초 집권' 을 선언하고 나섰다.

공산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사민당을 제치고 제3야당 (중의원 26석.참의원 15석) 으로 부상한데 이어 올 도쿄 (東京) 도의회선거에서는 자민당에 이은 제2정당으로 도약하는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4천51명의 지방의원을 보유해 지방정계에서는 자민당마저 제치고 수적으로 제1당의 위치를 굳혔다.

이같은 자신감 때문인지 온천휴양지로 유명한 아타미 (熱海) 시 교외 공산당 학습회관에서 지난 22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제21차 당 대회에는 본지를 비롯한 일부 한국언론도 처음으로 초청됐다.

아타미역에서 대회장에 이르는 도로는 우익과 당원간의 충돌사태에 대비, 길목마다 경찰의 삼엄한 검문이 이어졌다.

미국.프랑스.쿠바등 18개국에서 24명의 축하객들이 참가해 일본 전역에서 모여든 1천여 대의원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는등 열띤 분위기였다.

일 공산당은 대회폐막일에 채택하는 결의문을 통해 '21세기의 빠른 시기에 정권을 맡도록 노력하겠다' 고 선언했다.

다른 좌파정당인 사민당과 신진.민주당등과 구별된 정책으로 '유일야당' 임을 부각시키고 보수층에 접근하겠다는등 전과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공산당은 특히 지난 4월 한국의 호칭을 '남조선' 에서 '한국' 으로 공식변경하고 후와 데쓰조 (不破哲三) 당수의 한국방문을 추진하는등 대한 (對韓) 유화노선을 밟고 있다.

기관지 '아카하타 (赤旗)' 의 서울지국 개설도 모색중이나 한국정부는 당분간 허가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한과는 대한항공기 폭파사건등을 계기로 현재 교류가 단절된 상태다.

번 당대회를 계기로 일제시대 12년간의 옥살이를 거쳐 58년부터 40여년간 공산당을 이끌어 온 미야모토 겐지 (宮本顯治.89) 의장은 은퇴할 예정이다.

혁신계의 신화적 인물인 그의 퇴장에 따라 후계자인 후와 위원장의 보수접근노선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아타미 = 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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