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R 36홀서 버디 12개 …‘파이널퀸’의 부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LPGA투어 회원이 된 후 첫 승을 기록한 신지애가 활짝 웃고 있다.

신지애(21·미래에셋)가 8일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으로 LPGA 투어에 입문한지 3개 대회 만에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간으로 따지면 데뷔 이후 꼭 한 달 만이다. 지난달 개막전에서 컷 탈락의 수모를 당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두 번째 대회에서 공동 13위를 차지하며 샷 감각을 조율하더니 세 번째 대회에서 데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신지애의 첫 승은 드라마 같은 역전극이었다. LPGA 투어를 포함해 올 시즌 이번 대회에 앞서 열린 3개 대회에서 중하위권을 맴돌아 불안감을 안겨줬던 신지애다. 이번 대회에서도 첫날 이븐파, 둘째 날 1오버파를 쳐 우승권에서 멀어졌던 그는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 공동 6위로 뛰어오르더니 마지막 날 다시 6타를 줄이며 ‘파이널 퀸’의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3, 4라운드 36개 홀에서 보기는 한 개도 없이 버디만 12개를 잡아내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반면 3라운드까지 신지애에 6타나 앞선 채 단독 선두를 달렸던 캐서린 헐(호주)은 마지막 날 2타를 까먹은 끝에 2위로 내려 앉았다. 신지애는 이날 우승상금 30만 달러(약 4억5000만원)를 받아 본격적으로 상금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종 4라운드 1번 홀부터 4번 홀까지 4홀 연속 버디는 신지애의 우승을 위한 전주곡이었다. 신지애는 특히 3번 홀(파3)에선 그린 바깥에서 칩인 버디를 잡아냈고, 4번 홀에서도 5m가 넘는 거리의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며 선두를 압박했다. LPGA 투어 데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던 퍼팅 감각이 완연히 되살아난 모습이었다.‘초크라인’이란 별명처럼 드라이브샷과 아이언샷도 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6타 차까지 벌어졌던 타수 차가 순식간에 2타로 줄어들자 선두 헐은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지난해 국내투어에서 자주 봤던 시나리오 그대로였다. 헐이 13번 홀(파5)에서 드라이브샷을 당겨치면서 역전 드라마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헐이 공을 페어웨이 왼쪽 숲에 빠뜨린 끝에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신지애는 공동 선두가 됐다. 기회를 잡으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 것은 신지애의 특기. 신지애는 15번 홀(파5·554야드)에서 5m 거리의 버디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걸로 승부는 끝난 셈이었다.

신지애는 2라운드에서 트리플보기를 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날 우승으로 미셸 위, 비키 허스트(이상 미국) 등과의 신인왕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게 됐다. 무엇보다도 값진 소득은 그가 자신감을 되찾은 점이다. ‘골프는 90%가 멘털(정신력)이고, 나머지 10%도 멘털’이라는 격언은 이날 우승한 신지애에게도, 역전패한 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한편 신지애가 우승하면서 후원사인 미래에셋도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10억원씩 5년간 총 50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지난달 후원 계약을 한 미래에셋은 그동안 신지애가 부진하자 침울한 분위기였다. 이번 대회는 J골프가 1~4라운드를 모두 생중계했다.

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