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래로부터 무너지는 민주노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4호 02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잇따라 상급단체에 반기를 들고 있다. 서울메트로(1~4호선)의 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는 6일 대의원 회의를 열고 월급의 3%를 떼던 조합비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민주노총에 파견하던 노조 간부를 전임자로 하던 관행을 깨고 휴직 처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인천지하철 노조는 9, 10일 민주노총 탈퇴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한다. 민주노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조합원이 10%가 안 된다는 조사 결과는 투표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대구지하철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움직임도 있다. 이들은 과거 민주노총 강경 투쟁의 선봉에 섰던 조직이다.

민주노총의 핵심 전력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조합원도 줄어들고 있다. 노무현 정권 초기 9만 명이 넘었던 조합원이 지난해에는 7만7000여 명으로 줄었다. 5년간 이탈자가 1만6000명에 이른다.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은 2006년 75만2000여 명을 정점으로 2007년 66만4000명 선, 2008년 65만여 명으로 줄었다.

이런 내부 균열은 조합원 뜻을 외면한 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국가보안법 철폐와 같은 정치 투쟁에 몰두해온 지도부에 대한 반발 때문에 생긴 것이다. 서울지하철노조 정연수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의 이념적 투쟁 노선에 노조를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합원들의 생각은 많이 변했는데 (노조)활동가들 생각은 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민주노총을 비난했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반응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인천지하철노조를 “상급단체(민주노총)에 의무금을 내지 않아 자격이 정지돼 있어 탈퇴 이전에 제명 대상”이라고 비난했다. 현대중공업(2004년)·코오롱(2006년) 같은 대형 사업장이 탈퇴할 때도 민주노총은 산하 조합 비판에 몰두했다. 조합원 수가 줄어든 것은 사업장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아픈 속을 감추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들은 ‘반성’이란 말을 모르는 듯하다.

민주노총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재야의 딱지를 떼고 합법단체가 된 지 올해로 만 10년이다. 그들은 98년 노사정(勞使政)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맺을 때 참여하지 않았다. 2009년 2월 노사민정(勞使民政) 비상대책회의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타협’을 할 때도 민주노총은 어깃장을 놨다. 집행부를 둘러싼 권력 싸움도 끊이지 않고 성폭행 은폐 파문, 일자리 팔아먹기와 같은 부도덕한 사건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조합원이 등을 돌리면 노동조합은 존재할 수 없다. 지금 조합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투쟁이 아닌 일자리다. 최근 산하 사업장인 영진약품 노조와 울산의 산업폐기물처리 업체인 NCC가 민주노총이 그렇게 반대하는 노사화합 선언을 한 점은 주목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념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상생의 길을 찾는 게 도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