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념의 굴레 벗겨 서비스업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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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윤증현 경제팀이 서비스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10일부터 10개 서비스업 육성 방안에 대해 분야별 토론회를 열고 이달 말께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이처럼 서비스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서비스업을 제쳐 놓고는 일자리 만들기는 물론 내수 기반 확충, 경상수지 개선 등 당면한 경제 현안을 풀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내수시장을 키우려면 의료·교육·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말을 거듭해 왔다. 그 다짐을 조만간 정책으로 구체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비스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윤 장관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제는 윤 장관의 주장대로 서비스업 규제를 확 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막상 규제를 풀려 해도 국내 관련 업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데다 섣부른 이념에 휘둘려 왜곡된 여론을 돌려세우기가 만만치 않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추진했던 서비스업 규제 완화 방안이 번번이 무산된 것은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서비스와 교육서비스다. 현행법에서는 비영리 법인만이 병원과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경쟁도 없고 대규모 민간 투자를 끌어들일 방도도 없다. 자연히 새로운 고급 일자리를 수없이 만들어 내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외화가득률이 높은 교육·의료 서비스업의 무한한 가능성이 사장되고 있다. 이들 분야의 영리법인을 허용하자는 논의는 ‘부자들만 의료 혜택을 누린다’거나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선동적 주장에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 육성은 말로만 당위성을 외쳐서 될 일이 아니다. 당장 실행에 옮겨도 벌써 멀찍이 앞서가는 서비스업 선진국을 따라잡기 벅차다. 이번에는 논의를 마무리하고 확실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자면 범정부 차원의 합의와 정권 차원의 추진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