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기행]15.영화'비포 선라이즈' 오스트리아 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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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부 다페스트발 빈 경유 파리행 열차. 유레일 패스 (유럽철도승차권) 로 유럽을 여행중인 미국청년 제시의 곁에 우연히 프랑스 여대생 셀린이 앉는다.

방학을 마친 그녀는 파리 소르본대학으로 가는 길. "난 죽음이 두려워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탔어. " "난 내일 아침 빈을 출발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탈거야. " "같이 내릴까. " "글쎄…. " 새털처럼 가벼운 대화를 나누던 둘. 기차안에서의 짧은 만남이 아쉬운 그들은 빈에서 운명적으로 함께 하차한다.

그리고 동틀녘까지 빈의 밤거리를 거닌다.

95년 제작된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는 바로 이들의 하룻밤 로맨스를 그린 영화. 갑자기 다가온 사랑을 거부하지 않고 진하게 껴안았던 셀린 (줄리 델피扮) 의 청순한 눈이 퍽이나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어깨너머로 비친 빈의 초여름 풍경은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었다.

특히 왈츠의 선율이 흐르던 노을 비낀 빈의 잔영 (殘影) 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요한 슈트라우스가 활약하던 왈츠의 고향 빈. 카페.클럽.선술집 어디에서도 왈츠를 들을 수 있는 곳.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1주일의 여정도 짧게 느껴지는 도시가 빈이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들에게 빈은 한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도시다.

제시와 셀린 역시 하룻밤에 빈의 도심을 거의 다 돌아다녔다.

베스트반호프 (서부역)에서 내린 이들은 공원묘지를 거쳐 프라터 놀이공원을 산책한다.

공원묘지에는 베토벤.슈베르트.브람스의 묘가 있다.

모차르트의 묘비도 있지만 그의 실제 무덤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프라터공원은 1897년 만들어진 '페리스 휠' 이라는 회전바퀴가 유명하다.

이 놀이기구는 영화 '제3의 사나이' 에서도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여성점술가에게 손금을 보이며 저녁을 먹던 노천카페는 슈테판성당 옆 광장에 있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 슈테판성당은 여행자라면 누구나 빼놓지 않고 찾는 빈의 상징. 슈테판 광장을 중심으로 보행자의 거리가 사방으로 이어진다. 파리의 상젤리제를 방불케 하는 케른트너가 (街) 엔 고급 부티크들과 노천카페가 줄지어 있다.

음악의 도시답게 거리 공연도 곳곳에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묶는다.

제시와 셀린도 이 거리를 걷다가 다뉴브운하의 유람선 카페에서 술을 마신다.

빈의 역사적인 명소는 대부분 옛성곽 자리에 건설된 '링' 이라고 불리는 고리모양의 도로 안쪽 구시가지에 몰려 있다.

밤이 깊어지고 어둠이 가실 무렵. 둘은 시립공원으로 간다.

황금빛 요한 슈트라우스 동상이 있는 공원 풀밭에서 둘은 한몸이 돼 진하게 사랑을 한다.

다시 베스트반호프의 플랫홈. 6개월후 다시 플랫홈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파리행 열차를 타는 셀린의 어깨로 빈의 아침은 밝아오고 있었다.

빈 = 이순남 기자

[여행쪽지]

▶항공 = 아시아나 서울~빈 직항노선의 소요시간은 11시간. 주2회 (수.일 출발) 운항한다.

아시아나 (02 - 758 - 8114) .

▶시내교통 = 지하철.전차.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승차권을 사면 편리하다.

하룻동안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승차권은 50오스트리아실링 (1AS는 약75원) , 3일간 사용할 수 있는 승차권은 1백30AS.관광카드인 빈카드를 구입하면 72시간동안 빈의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료이용할 수 있고 관광명소 입장시 할인혜택 (평균25%) 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1백80AS.

▶카페하우스 = 빈에는 수백개의 카페 (커피) 하우스가 있다.

17세기 투르크족이 침범했다가 남긴 커피열매가 오늘날 커피문화의 모태가 됐다.

한잔에 20AS정도 하는데 여행중 커피한잔의 여유도 괜찮을 듯.

▶여행문의 = 오스트리아관광청서울사무소 (02 - 773 - 6428) .아시아나항공은 계명.고려.삼홍.오아시스.자유.성도여행사등 17개 여행사와 함께 빈 허니문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카도여행사 (02 - 757 - 2353) 은 비포 선라이즈투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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