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취업시장에 학력파괴…유망산업 高卒채용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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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4년제 대학졸업장 없이도 안정된 직장에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가 미국에서 늘고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최근, 미국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면서 고등학교 졸업생이나 2년제 대학 졸업생들을 채용한 후 현장교육을 시켜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스톤에 있는 지역전화회사 나이넥스에 기술자로 근무하고 있는 리카도 브라운 (19) 의 최종학력은 고등학교. 대학까지 진학할 생각도 있었지만 고등학교때 가끔 시간제 일을 했던 나이넥스에서 제안한 3만달러 (2천7백만원) 의 연봉과 일찍부터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어 진학을 포기했다.

"고졸 기술자가 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는 그는 "안정된 직장을 젊은 나이에 잡았다는 생각을 하면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직종중 4년제대학 졸업장 없이도 일할 수 있는 직종이 7개나 된다.

'가사보조원' 이나 '개인 건강보조원' , 또는 '의료보조원' 과 같은 전문직도 들어있다.

가장 전망이 밝은 업종은 반도체 생산. 반도체업체인 세마테크의 캐시 바톤은 "반도체 산업은 2000년까지 두배로 성장할 것" 이라며 "앞으로 3~5년 동안은 대학졸업장에 관계없이 초봉 2만5천~3만달러 (2천2백50만~2천7백만원) 를 받는 4만명의 기술자를 채용하게 될 것" 이라고 미래를 전망했다.

바톤은 "2년차 기술자가 4만~5만달러 (3천6백만~4천5백만원) 를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조건이 아닌가" 라고 반문했다.

전자기술분야도 유망하다.

버몬트주에 있는 IBM공장에서 기술자로 근무하는 그레고리 파라는 2년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이곳에 취직해 초봉으로 3만달러를 받았다.

3년째인 지금은 4만5천달러. 그는 앞으로 몇년만 더 일하면 6만달러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요즘 기업들은 경력을 최우선으로 꼽아 학사 졸업장이 없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김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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