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미디어데이 감독 출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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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축구 K-리그 2009시즌이 7일 막을 올린다. 지난 시즌 챔피언 수원 삼성과 축구협회(FA)컵 우승팀 포항 스틸러스의 격돌로 문을 여는 정규리그는 올해 말까지 9개월간 총 216경기를 치른다. 3~9월에는 수요일 주중 경기로 컵대회가 함께 진행된다. FA컵 우승팀 포항과 K-리그 1~3위 팀 수원·FC서울·울산 현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한다.

프로축구 K-리그 감독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는 7일 지난 시즌 챔피언 수원과 FA컵 우승팀 포항의 격돌로 문을 열며 연말까지 총 216경기를 치른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태용(성남), 최순호(강원), 변병주(대구), 최강희(전북), 박항서(전남), 알툴(제주), 페트코비치(인천), 귀네슈(서울), 파리아스(포항), 김호곤(울산), 차범근(수원) 감독. [연합뉴스]


개막을 사흘 앞둔 4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K-리그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준하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지금 K-리그는 2~3개 구단이 도산한 J-리그의 1990년대 말과 흡사한 상황이지만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곽정환 연맹 회장은 “타이틀 스폰서 유치가 힘들 경우 오피셜 스폰서를 여럿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타이틀 스폰서 없이 리그가 출발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감독들은 한결같이 “경제 위기로 팀 사정이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승리와 우승에 대한 집념은 숨기지 않았다.

K-리그 최연소 사령탑인 신태용(39) 성남 일화 감독은 선수 시절 주장을 도맡으며 ‘군기반장’으로 통했다. 하지만 “팀 분위기도 군대 같으냐”는 질문에 “숙소를 없애려고 총각 선수들에게 나가라고 했는데 도리어 모두 남겠다고 해 방을 재계약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젠 숙소에서 자율적으로 운동한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없는 살림인데 이근호·하대성·진경선 등 알토란 같은 선수들이 빠져나간 대구FC의 변병주 감독은 “깡통으로 캐딜락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다.

행정가에서 현장지도자로 다시 옷을 갈아입은 김호곤 울산 감독은 이상호·박동혁·양동현·우성용 등 주축 선수의 이적을 아쉬워했다. 그는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모든 대회를 노리다 보면 도리어 곤경에 처한다.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에는 2군을 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준우승한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은 “2007년보다는 2008년이 좋았다. 올해도 지난해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며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가장 큰 목표다. 정규리그 등 다른 대회까지 전관왕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제난 탓에 우승을 하고도 연봉을 자진 삭감한 차범근 수원 감독은 “K-리그의 명예를 위해서도 AFC 챔피언스리그가 중요하다”고 각오를 표시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지난 시즌 서포터에게 장문의 e-메일을 보낸 뒤 성적이 좋아졌다”는 말에 “변명 같지만 설명을 듣고 싶어 하는 골수 팬들이 있었다. 선수들이 내 모습을 불쌍하게 생각했나 보다”라며 웃었다. 신생 구단 강원FC 사령탑을 맡은 최순호 감독은 “K-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했다.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 이강조 광주 상무 감독, 김호 대전 시티즌 감독, 조광래 경남FC 감독은 비행기 결항 등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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