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체자를 회복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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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획수를 대폭 간소화한 간체자(簡體字)가 통용되고 있는 중국에서 원래대로의 글자인 번체자(繁體字)를 다시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와 화제다. 특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함께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로 불리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이런 주장이 나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한 판칭린(潘慶林·55) 정협위원이 간체자를 폐지하고 번체자를 회복하는 주장을 펼쳤다. 일본 화교 출신으로 톈진(天津)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판칭린은 "앞으로 10년 동안 전국을 구분해 단계적으로 간체자를 폐지하고 번체자를 다시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우선 "1950년대에는 한자를 너무 투박하게 간체화해 한자가 지닌 예술성과 과학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사랑 애(愛)'라는 글자에서 원래 있던 ‘마음 심(心)’을 간체화하는 과정에서 빼버려 ‘마음 없는 사랑’이 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과거의 번체자는 너무 복잡해 배우기도 쓰기도 어려워 전달이 힘들다고 여겨졌으나 지금은 대부분 컴퓨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복잡한 글자 타이핑도 어렵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다. 판칭린은 또 "번체자를 다시 사용하는 것이 중국과 대만, 즉 양안(兩岸)의 통일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만은 여전히 번체자를 사용하며 일부에서는 이를 '정체자(正體字)’라 부른다. 게다가 대만 측은 최근 이 ‘정체자’를 유네스코 비(非)물질문화유산에 등록하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중국 대륙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11일자 광주일보(廣州日報)는 최근 베이징 대학 총장을 역임한 원로학자 지셴린(季羨林)이 번체자를 회복하자고 주장함으로써 벌어진 네티즌들의 논쟁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광주일보는 간체자를 ‘산자이(山寨· 원래 뜻은 도둑의 산채, 짝퉁 또는 가짜라는 뜻으로 쓰임)판 한자’라는 주장도 소개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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