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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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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장기적 목표 하에 한국군이 지향해야 할 국방체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와 내용을 국방부가 구체화한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협력적 자주 국방'을 내세웠지만 그 후속 작업인 군 구조 개편 및 군사력 정비를 위한 정책의 목적과 내용이 불명확했다.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방개혁안은 군 구조 개선 및 적정 규모 병력 유지, 모병제 도입, 3군 균형 발전을 통한 통합 전투력 극대화, 국방예산의 안정적 확보 등이 핵심 내용이다. 국방부는 이 개혁안을 프랑스식 절차를 적용해 10월까지 법으로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한다.

군 개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됐었다. 1980년대의 '80위원회', 91년의 '818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공감대 부족과 추진 의지 결여 등으로 부분적 개선으로 끝났다. 모두 용두사미였다. 육.해.공군 등 이해집단의 대립과 국방부만의 주도, 그리고 5년 임기의 정부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

이제 국방개혁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과제가 아니다. 미래 한반도 상황은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한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걸맞은 첨단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 현대적 전쟁수행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라크전쟁에서도 목격했지만 오늘날 전쟁 양상은 첨단 기술정보전이다. 육.해.공군의 전투 요소를 정보체계를 통해 네트워크로 연결, 효율적으로 통합 작전을 펼치는 이른바 네트워크 중심 작전으로 전쟁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 기술과 부합된 전쟁교리와 군 구조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 적정 규모의 병력과 질적으로 정예화된 군사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군은 병력 집약적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우리 군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큰 구조 개편이 없었다. 현재와 같은 우리 군의 구조와 병력 규모, 전쟁수행 체제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한반도의 안보적 특수상황에 따라 첨단 군사력을 확충하고 장병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매년 더 많은 국방비가 요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국방비에 대한 국민 시각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런가. 그동안 우리 군의 개혁과 발전에 대한 비전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고, 군의 개혁 노력도 미흡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관심과 의지를 갖고 국방개혁을 법제화하여 중장기적 계획 하에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우리와 안보상황은 다르지만 프랑스처럼 국방개혁 과제를 공론화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20년 계획 하에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국방개혁 추진 과정엔 어려움도 적잖을 것이다. 군 구조 개편과 병력 감축에 따른 전역자 취업 문제, 3군 균형 발전의 범위와 한계, 국방예산의 안정적 보장 등이다. 군 내부는 물론 국민적 공감과 지지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방개혁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 그룹 등과 많은 토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선진 정예 한국군을 건설하기 위한 작업인 만큼 국민적 관심과 범정부 차원에서의 전폭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북한 위협에 대한 우려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혁은 민족 생존의 차원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할 국가적 과업이다. 여기에는 육.해.공군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오직 전쟁에 이길 수 있는 강력한 국군만이 있다.

황동준 안보경영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