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대회 TV생중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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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 야구팬은 5일 일본 도쿄에서 시작되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를 생방송으로 즐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WBC 한국 내 중계권을 갖고 있는 IB스포츠와 지상파 3사 간의 중계권 협상이 대회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둔 3일까지도 타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IB스포츠는 WBC로부터 약 300만 달러(46억원)에 국내 중계권을 사왔다. 이어 KBS에 재판매 금액으로 300만 달러를 제시했다. 지상파엔 이익을 남기지 않는 대신 케이블과 인터넷 TV 등에서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KBS는 최대 130만 달러를 최종 금액으로 IB스포츠에 통보한 상태다.

IB스포츠 관계자는 “WBC 측에서 중계권료를 인상했기 때문에 1회 대회 중계권료(200만 달러)보다 100만 달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KBS 측은 “환율 폭등, 경제난 등으로 TV 광고 전망이 불투명해 금액을 대폭 낮춰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KBS는 MBC·SBS와 함께 중계권료를 균등 부담해 WBC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IB스포츠, 금액 낮춰 수정 제시=김정환 IB스포츠 부사장은 3일 “금액 등 여러 조건을 낮춰 KBS에 수정 제안을 했다. 아직 KBS로부터 연락이 없지만 4일까지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KBS 방송제작팀장은 “구두로 전해들은 것일 뿐 IB의 공식적인 제안이라고 볼 수 없어 답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타결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콘텐트 공급업체인 IB스포츠와 방송사 간 중계권료 협상이 결렬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3년 전 1회 WBC 대회에서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낸 한국 야구를 3시간 뒤 지연 중계로 보거나, 인터넷에서 유료로 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케이블은 지연 중계=IB스포츠는 케이블TV 엑스포츠에 중계권을 판매했지만 ‘한국팀 경기는 3시간 지연 중계’라는 조건을 붙였다. IB스포츠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지연 중계를 선택한 것이다. 그 대신 엑스포츠에는 중계권료를 다소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일하게 생중계가 가능한 곳은 인터넷 동영상전문사이트(엠군닷컴, www.mgoon.com)뿐이다. 하지만 엠군 측은 WBC 전 경기를 관람할 경우 패키지 2만2000원을 받을 방침이다.

◆지상파와 공급업자 주도권 싸움=전문가들은 타결이 어려운 이유가 양측의 주도권 싸움으로 보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중계권을 낮은 가격에 지상파 TV에 팔 경우 다른 대회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어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상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 “콘텐트를 낮은 가격에 지상파에 공급할 경우 부가 판권 시장인 인터넷, 케이블TV, IPTV 중계권료가 연쇄적으로 하락되기 때문에 버티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회 WBC는 총 16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5일 1라운드 아시아 예선을 시작으로 2라운드(3월 16∼20일, 미국 샌디에이고)와 준결승·결승전(3월 22∼24일, 미국 LA)을 통해 세계 야구 최강자를 가린다.

김성원 기자

조인스닷컴(www.joins.com)에서는 모든 한국 경기를 실시간 문자중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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