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 화두는 ‘경기부양·부패척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경제 살리기와 부패척결’.

올 중국 양회(兩會)의 양대 화두다. 양회는 3일 시작된 중국의 정치 자문회의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5일 개막하는 국회 격인 전인대(全人大)를 지칭한다. 특히 전인대는 경기부양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예산안 심의를 하게 된다. 중국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경기호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그러나 올해는 천안문사태 20주년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념일이 많아 중국 공안당국은 그 어느 때보다 철통보안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군인들이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에 앞서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줄을 지어 걸어가고 있다. 정협은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해 9일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5일에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시작된다. [베이징 AP=연합뉴스]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전인대는 중앙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쏟아 부을 총 7000억 위안(약 160조원) 규모의 재정투자 심의를 한다. 지난해보다 다섯 배 이상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이다. 이 예산안은 ▶농촌투자 대폭 증대 ▶도농 보장형 주택사업 ▶교통수송 정체구간 해결 및 에너지구조 선진화 ▶에너지 절감·산업 업그레이드 강화 ▶사회사업 투자 확대 등에 투자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향후 2년 동안 4조 위안(약 905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자해 경기 진작에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9일 동안 계속되는 정협도 일자리 늘리기와 신규 투자 사업에 대한 협의를 벌여 이를 정부에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정협 자오치정(趙啓正) 대변인은 “수출·소비·투자 가운데 수출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반부패 문제도 중시=정협은 부패 문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경제위기를 틈타 공직자들의 부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부패 공직자에 대한 처벌 강화안도 포함돼 있다. 최근 중국의 인터넷 포털 신화왕(新華網) 조사에 따르면 부패척결이 8만 표를 얻어 경제 문제를 제치고 네티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나 서민들이 정부의 대형 건설공사에 목을 매다 보니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전인대 대표 2987명 중 7명이 각종 부패혐의로 자격을 상실했거나 사법처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철통 경비=베이징(北京)시 공안당국은 양회가 끝나는 15일까지 연인원 60만 명의 보안인력을 동원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건국 60주년(10월)과 티베트 봉기 50주년(3월)에 천안문 민주화 운동 20주년(6월), 파룬궁(法輪功) 불법화 10주년(7월) 등 민감한 정치적 일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대형 시위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안당국은 베이징 시내로 진입하는 길목마다 3중의 검문소를 설치해 모든 차량과 승객들을 상대로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등 보안 수준을 베이징 올림픽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격상시켰다. 또 천안문 광장을 중심으로 반경 200㎞ 이내에서 일반 항공기는 물론 상업용 비행기구, 모형 비행기 대회, 개인용 소형 비행기 등 모든 비행물체의 비행을 전면 금지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