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하나 만들면 세금 4000달러 깎아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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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에모리대 인근의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본부. 이곳은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무대가 됐던 곳으로, 질병 통제와 각종 기초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 해 92억 달러의 예산 중 70%가 외부 기관의 연구비 등으로 쓰인다. 이 연구비를 노리는 바이오 기업이 애틀랜타로 몰려들고 있다. 조지아주 정부는 이들 대학과 연구소·기업 등이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조지아 리서치센터’를 세웠다. 협업을 문의하는 창구를 일원화한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센터


미국 내에서 바이오 산업의 허브를 꼽는다면 보스턴·샌프란시스코·샌디에이고 정도다. 신약이나 새로운 바이오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풍부한 인력과 아이디어 벤처캐피털과 같은 비즈니스 자금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지아주가 바이오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남동부 물류의 중심지인 조지아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앞세우며 바이오 허브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은 매년 9000만 명이 이용하며 5년 연속 이용객 수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물류 허브라는 이점을 이용해 주 정부가 바이오 기업 유치에 열정적이다. 농업 위주인 산업 구조를 고급 두뇌를 앞세운 첨단 산업 위주로 재편한다는 전략이다. 케네스 스튜어트 상무장관은 “지난 5년간 다른 산업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칠 때 바이오 산업은 가장 높은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해 왔다”며 “바이오 산업 최대 행사인 ‘바이오 2009’가 올 5월 애틀랜타에서 열리면 바이오 허브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의 핵심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다. 바이오를 비롯한 연구개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경우 10년 동안 일자리 하나당 매년 4000달러의 세금을 감면해 준다. 일자리가 비교적 풍부한 지역에서 고용할 경우 세제 혜택은 일자리 하나당 1250달러 수준으로 줄어든다. 주 정부는 기업의 요구사항에 맞게 구직자를 뽑은 다음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교육 훈련도 시켜 준다. 모든 경비는 주 정부가 부담한다. 조지아주의 법인세율 또한 6% 정도로 미국 전역에서 최저 수준이다.

제약사들의 임상시험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퀸타일스의 샘플 분석 연구소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애틀랜타로 이주한 것도 이 같은 각종 지원 정책 때문이다. 이 연구소의 셔릴 해리스 박사는 “세제 혜택과 인력 지원,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특히 우수한 인력이 많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주는 바이오 산업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있다. 우선 세계적 수준의 이공대가 있다. 조지아텍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매사추세츠공대(MIT)·캘리포니아공대(칼텍)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이다. 에모리대는 의과대학이 유명한 사립대로, 원숭이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키스 영장류센터’가 있다. 조지아텍 또는 에모리대가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면 영장류센터에서 동물실험을 한 뒤 에모리대 의대 병원에서의 임상시험으로 연결되는 등 모든 신약 개발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될 수 있다.

생활비와 인건비도 저렴하다. 집값은 보스턴과 캘리포니아의 절반 수준이다. 조지아텍에서 분사해 나온 카디오멤스의 산디 야다브는 “다른 주에서 본사를 옮겨 오면 투자하겠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보스턴에 비해 10% 정도 싼 인건비로 훌륭한 인력을 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이주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미국)=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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