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 파 대입 합격 “열정·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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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과 흥미 활동 시간 배분 정확히

권석현군은 “중2 때 영화 ‘올드보이’를 보고 감명을 받아 장래 희망을 ‘영화감독’으로 굳혔다”고 말했다. 이후 반에서 3등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던 권군은 중학 졸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고교 비평준화 지역인 구리시에서 학교를 다녔던 그는 진학할 학교를 따로 찾아야만 했다. 권군은 영화 동아리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 보고 조건이 덜 좋은 고등학교지만 선택했다.

그 후가 문제였다. 막상 입학하고 보니 동아리는 해체되고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혼자 꿈을 키워 나가던 권군은 친구의 소개로 영화감독을 지망하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에게서 유용한 정보도 많이 얻고, 배운 점도 많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위에 소문을 많이 내세요. 관련 정보를 먼저 얻을 수 있고, 또 ‘동지’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친구의 추천으로 권군은 2007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미디어캠프에 참가했다. 영화를 감상하고 비평하는 이 캠프에서 권군의 비평문은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내심 가고 싶었던 영화 제작 캠프에 탈락한 권군은 직접 작품을 만들어 상영까지 해보는 친구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열망을 해소할 곳이 필요했던 그때. 서울시립 청소년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청소년방송 ‘스스로넷’ 활동을 하게 됐다. 흥미가 같은 중·고교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이 활동은 큰 자극제가 됐다.

고3 수험생 생활을 앞둔 2008년 초, 다른 친구들은 수능 공부에 ‘올인’할 때 권군은 자신의 첫 작품을 촬영하는 데 열중했다. 부모님껜 “공부와 영화, 두 마리 토끼 다 잡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사실 자신은 없었지만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에 큰소리친 거죠.(웃음) ‘수능 후에도 내가 과연 웃고 있을 것인가’ 고민도 많았어요.” 준비 작업까지 합치면 1년 가까이 투자한 작품이었지만 촬영은 4일간 집중해 완성했다. 중2 때부터 쌓아 온 열정을 다 쏟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권군은 “학업에도 소홀히 해선 안 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권군은 공부와 흥미 활동을 구분해 놓고 시간 배분을 정확히 했다. 이것이 고교 시절 하루에 한 편꼴로 영화를 보면서도 반에서 5등 이내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몰두했어요. 다만 학업에도 뒤처지지 않으려 애썼죠. 교과 공부에서 얻는 지식이 흥미 활동에 도움을 주거든요. 또 적성에 맞는 활동을 통해 싫은 과목을 공부하려는 의지도 생겼어요.”

관심 맞는 활동 꾸준히 하면 운도 따라

천민제군이 초등학교 5년 때 담임 선생님은 1주일에 1시간씩 따로 시간을 내 책을 읽어 줬다. 그때 천군은 ‘글은 재밌는 것’이란 생각을 가졌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글을 끼적거려 보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전교 20등 내외의 성적이었던 천군은 부모님 뜻에 따라 외고에 지원했다. 결과는 낙방. 그러나 천군은 일반고에 진학한 뒤 오히려 자신의 재능을 펼쳤다. 교내 신문부장과 교지 편집부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기본, 교육청 주관 논술대회, 시·구 주최 백일장 등 많은 대회에 참가해 꾸준히 입상했다. 2학년 들어서는 아마추어 작가 활동에도 나서 1년 가까이 모 문학 연재 사이트에 판타지 소설을 써 올렸다. 천군의 글은 출판사 제의로 『리메이킹 라이프』라는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어엿한 작가로 데뷔한 셈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요. 한 가지 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활동하다 보면 운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대학도 ‘못 가면 그만’이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제게 맞는 전형이 생겨 합격했고요. 얼마 전엔 작가 지망생 인터넷카페에 제가 올린 단편 글을 보고 어떤 분이 연락을 주셔서 대구시 동인 모임에 나가기도 했어요. 학생 신분인 사람은 저밖에 없더라고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자’는 게 신조라는 천군. “다양한 취미활동을 해봤는데, 싫증이 나지 않고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게 글쓰기였다”고 말했다. 천군은 고3이 된 후로도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 2~3시간씩 글 쓰기를 계속했다. 물론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밤에 글을 쓰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부모님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어이 글을 쓰고 잠들기 일쑤였다.

결국 책을 출간하고 특기를 살려 대학까지 합격하자 부모님도 납득하실 수밖에 없었다. “학교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빠지면 모두 문제아 취급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10대 때부터 그런 현실에 안주하는 친구들도 그렇고요.” 좋아하는 일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천군의 열정이 자신은 물론 세상도 바꿔 놓을 것 같다.

글=최은혜 기자
사진=전영기 기자,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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