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불상은 부처님의 모습과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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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교미술 기행
조병활 지음, 이가서, 310쪽, 1만5000원

물어보자. 모든 불상에는 왜 머리카락이 있을까? 세속적 욕망을 상징하는 무명초(無明草)에 불과한 것이 머리카락이라서 싯다르타 시절부터 출가할 때 성큼 잘라냈다는데도 불상에는 상투 비슷한 '육계'를 묘사하는 것일까?

또 있다. 부처님은 출가때 화려한 옷을 벗어던지고 누더기옷을 갈아입었다는데, 막상 불상은 하늘거리는 얇은 천이거나 정교한 주름옷 양식을 선보일까?

이 책은 이런 소박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물론 이 책이 목표로 하는 것은 깨달음의 진면목까지를 훑어내리는 작업. 불교신문 기자가 쓴 교양서이니만치 미술사를 전공한 필자들보다는 훨씬 친절하다. 단 독자적인 목소리라기보다는 일목요연한 정리에 강점이 있다. 이를테면 육계는 실제 싯다르타의 모습이 아니라 깨달은 자에 대한 이상적 도상(圖上)으로 마련됐다.

실제로 '중아함경'에는 부처님의 크고 작은 신체적 특징을 32개로 정리했다. 뒷날 불상 조각은 이 지침에 따른 것인데, 육계는 지혜로움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불상에 걸치는 옷 역시 이상적 형태를 구현하기 위한 장치. 단 간다라 양식 등이 복잡하게 전개되다가 6세기경 한국에는 중국양식이 혼합돼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 책은 부처 뿐이 아니라, 과거불(연등불) 미래불(미륵불)에서 인도.한국 등의 사리장엄구 등까지 두루 관심을 보여준다.

화려한 도판이 훌륭한 이 책은 지난해 연재됐던 불교신문 기획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한국은 물론 동남아 불교국가들의 현장에 강한 저자는 동국대에서 미술사 석사과정을 마쳤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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