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항공기 추락사고]항공사 무성의에 분통…대책본부 유족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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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베트남항공기 참사 국내 유가족들은 슬픔속에 현지방문 준비등 대책 마련을 서둘렀으나 베트남항공사의 무성의한 태도에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김포공항 청원경찰대 본부 강당에는 유가족 40여명이 찾아와 슬픔속에서도 현지방문 절차를 확인하는등 사후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 많은 유가족들은 수습 인원과 경험이 절대 부족한 베트남항공사측이 우왕좌왕하자 끝내 화를 삭이지 못하고 한때 항공사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등 격렬히 항의. 숨진 승객 홍성철 (洪誠哲.40.프놈펜 로열팔레스호텔 이사) 씨의 동료 金기휘 (42) 씨는 "항공사측이 유가족들에게 대책본부가 어디에 설치돼 있는지 조차 알려주지 않아 아침부터 이곳저곳을 헤맸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 한국어 아는 직원 없어

…베트남항공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베트남 직원중에는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데다 유가족들 앞에 적극 나서는 사람도 없어 유가족들은 답답함속에 분노를 더했다.

유가족들은 특히 사고현장에서 시신이 제대로 수습되지 않고 현지 주민들에 의한 약탈까지 벌어졌다는 소식에 흥분을 참지 못하며 우선 대책 마련을 촉구.

…휴가차 잠시 귀국했다가 캄보디아로 돌아가는 길에 변을 당한 강영식 (姜英植.39.선경건설 직원) 씨의 부인 오애자 (吳愛子.36.전북군산시구암동) 씨는 "어머니의 생일상을 차려주며 기뻐하던 남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며 눈물을 터뜨렸다.

吳씨는 "남편이 의치 3개를 하고 있다.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을 수 있다면…" 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 딸.남편이름 부르며 오열

…출장길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한 김영모 (金永模.39.서귀포 KAL호텔 직원) 씨의 부인 고연심 (高蓮心.33.제주도제주시연동) 씨는 오후1시쯤 뒤늦게 대책본부로 달려와 딸 지수 (6) 양과 남편의 이름을 번갈아 부르며 오열. 高씨는 "남편이 죽었다는 게 정말이냐" 며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지로 떠나겠다며 눈물속에 출국서류를 준비했다.

…이시백.이육만.강용운씨등 한국인 3명은 추락한 베트남항공 815편을 예약했다가 출발 2시간전 다른 항공기에 탑승, 화를 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가로 알려진 이들은 목적지인 프놈펜으로 가기 위해 3일 오전11시25분 호치민시를 출발하는 베트남항공 813편을 타려 했으나 좌석이 없어 오후1시20분발 815편을 예약했었다.

그러나 뒤늦게 좌석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원래 희망했던 813편을 타게 돼 참사를 피한 것이다.

*** 전북일보 회사葬 결정

…전북일보사는 추락한 베트남항공기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한 신용철 (申容澈.35) 기자의 장례식을 회사장으로 거행키로 4일 결정. 사회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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