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이승엽 '안타 제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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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뒤바뀌는 공격부문 개인 타이틀. 그러나 좀처럼 주인이 변하지 않고 자리를 굳게 지킬 3개 부문이 있다.

바로 타점.최다안타, 그리고 도루 부문. 지난주말 3연전을 기점으로 타점.최다안타 부문은 삼성 이승엽 으로 거의 굳어졌다.

12타수6안타에 7타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92타점.1백48안타를 기록, 각 부문 2위와의 간격을 10개차로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KBS해설위원 하일성씨는 "타석에서 자기가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공이 왔을 때도 안타를 뽑아낼 수 있는 유일한 선수" 라며 이승엽을 극찬했다.

지난달 29일 해태와의 경기에서 주심을 맡았던 문승훈씨는 "해태 이대진이 그날 던진 공 가운데 가장 낮게 깔린 스트라이크가 들어와 막 손이 올라가려던 참이었어요. 순간 이승엽의 방망이가 '휙' 하고 돌더니 우측담장을 넘겨버렸죠. 아마 다른 선수같았으면 잘 쳐야 안타였을 겁니다" 고 혀를 내둘렀다.

이승엽의 강점은 두 야구전문가가 말했듯 교과서적인 타격자세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부드러운 스윙에 있다.

2개 부문 타이틀 획득이 유력한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양준혁 효과' 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이승엽의 침착한 성격도 큰 이유중 하나. 최다안타 선두는 이승엽이 워낙 잘 치기 때문이지만 대기타석에 있는 양준혁을 상대투수들이 의식, 이승엽에게 정면승부를 걸어오는 경우가 많아 반사이익을 보게 된다.

특히 앞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선 두말할 필요가 없다.

타점에서 이승엽이 양준혁보다 많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승엽의 또다른 강점은 기복이 없는 플레이다.

슬럼프가 찾아오면 금방 표시가 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슬럼프가 찾아오더라도 특유의 침착함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단점을 노출하지 않는다.

나이에 비해 원숙한 타격솜씨를 보이고 있는 이승엽은 장효조의 뒤를 이을 만능타자 재목이라는 평이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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