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방송 막겠다던 민주당 “대기업 지분 0%” 제안도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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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은 1일 오전 “만약 오늘 협상이 안 된다면 내일(2일)은 직권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김 의장의 통첩을 신호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1일 쟁점 법안 처리와 관련해 세 차례에 걸친 여야 협상이 결렬되자 김형오 국회의장(中)이 오후 10시30분에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국회의장실로 불러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직권상정 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김 의장,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박병석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먼저 양당 정책위의장 라인이 가동됐다. 오후 2시 한나라당 임태희·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만났다. 하지만 40분 뒤 임 정책위의장은 박 정책위의장의 사무실을 떠나며 “의견 차가 워낙 크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디어 법안의 처리 여부가 쟁점이었다. 한나라당에선 처리 시한을 못 박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절대로 안 된다고 거부했다.

오후 3시, 이번엔 국회 귀빈식당에서 한나라당 박희태·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직접 담판에 나섰다.

▶박 대표=“국민의 기대에 맞추려면 이 자리에서 신곡(새 협상안)이 나와야겠다.”

▶정 대표=“민주당도 과감히 대화할 건 대화하고, 풀 건 풀려 하는데 역시 칼자루는 한나라당이 쥐고 있으니까….”

임·박 두 정책위의장을 배석시킨 가운데 두 사람은 오후 3시, 6시, 9시 등 세 시간씩의 간격을 두고 세 차례나 만났다. 그러나 세 번의 만남은 소득 없이 끝났다. 양당 최후의 보루 격인 당 대표 간 협상에서도 쟁점 법안을 둘러싼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하자 주변에선 “이제 갈 길은 하나뿐인 거 아니냐”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협상이 실패한 원인은 하나였다. 미디어 관련 법의 처리 시한을 정하느냐 마느냐였다.

비공개 협상에서 한나라당은 두 가지 양보안을 내놨다고 밝혔다. 방송법안 중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참여를 20%까지 허용해 주려던 당초의 안 대신 아예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지 않도록 수정안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더해 미디어법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고 6개월 뒤로 늦추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자 박 대표는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줬다”며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외부 세력의 압력을 받아 그런지 처리 시한을 못 박는 걸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 안 됐다”고 허탈해했다. 반면 정 대표는 “어떤 학생이 8월이 되면 무조건 합격한다고 하면 공부에 소홀하지 않겠느냐”며 “(미디어법 처리) 시한을 못 박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당 대표 회담이 결렬되자 오후 10시30분 김형오 국회의장은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국회의장실로 불러 이날의 마지막 협상을 중재했다. 그러나 유종의 미를 끌어내진 못했다. 직권상정으로 가는 초침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임장혁·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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