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계 스르프스카공화국 권력투쟁 가속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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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의 스르프스카공화국에서 평화협정을 지지하는 플라브시치 대통령은 강경민족주의자의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 세력에 밀려날 것인가.

권력투쟁이 가속화, 플라브시치가 위기에 봉착하게 되자 강경파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로버트 겔버드 미국특사는 지난달 30일 강경파가 보스니아 평화를 위한 데이턴평화협정에 대한 반대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경파 지지자 1천여명은 지난달 28일 북부 브르치코시에서 돌을 던지는등 유엔안정군 (SFOR) 을 집단공격했다.

이 때문에 SFOR 군인 3명이 부상하고 25대의 차량이 파괴됐다.

다음날에는 카라지치와 맞서고 있는 빌랴나 플라브시치 대통령의 거점인 바냐루카에서 폭탄이 터져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브르치코에서 40㎞ 떨어진 비옐리나시에는 강경파 지지자들이 계속 집결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이 강경파들이 플라브시치 대통령을 무력으로 제거하려 한다면 이를 적극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이사회도 31일 "SFOR에 대한 공격을 조장하는 강경파 언론기관에 대해 무력사용을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보스니아에 파병하고 있는 미국은 지난달 28일 SFOR가 집단공격당한 북부도시 브르치코시에 14대의 장갑차와 병력을 실은 차량 15대를 투입,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역인 스르프스카공화국내에서는 지난 4개월 동안 플라브시치 대통령측과 여전히 실질적인 지도자 행세를 하고 있는 강경파 카라지치간에 권력투쟁이 가열돼왔다.

카라지치가 배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세르비아민주당으로부터 축출당한 플라브시치는 '세르비아 국민연합' 이라는 새로운 정당을 준비하고 있다.

플라브시치 대통령은 카라지치의 심복인 드라간 키야치 내무장관을 부패혐의로 해임하고 자파인 마르코 파비치를 임명했으나 의회는 오히려 키야치를 부총리로 격상시키고 슬라브코 브라에시치를 새 내무장관으로 인준했다.

키야치는 최근 플라브시치 대통령 암살을 기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권력기반의 핵심이 되고 있는 군부와 경찰, 그리고 언론도 두 진영으로 갈리고 있다.

카라지치를 지지하는 의회가 대통령의 군통수권을 박탈하자 플라브시치는 국방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이에 맞서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가운데도 그녀는 이를 무시하고 발족을 강행하고 있다.

플라브시치는 바냐루카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크라이나 제1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참모총장이 카라지치를 지지하고 있어 플라브시치는 군세력의 지지에 있어 열세다.

경찰과 TV 방송국도 바냐루카의 대통령측과 사라예보 인근 팔레를 중심으로 한 카라지치측으로 분열되고 있다.

베를린 = 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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