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한 대선정국 9월 전망]답답한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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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청와대 참모들은 요즘 갑갑한 표정들이다.

이회창신한국당대표의 지지율은 반등되지 않고, 이인제경기지사의 독자출마 시기가 다가온다는 관측 때문이다.

고위관계자는 "정치적 부자 (父子) 관계라던 李지사가 돌아서면 金대통령의 영 (令) 은 서기 힘들다" 고 착잡해 한다.

李지사가 뛰쳐나가면 金대통령의 여권 장악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겉으론 단호하다.

李지사 출마문제에 대해 "지난번 金대통령이 李지사를 불러 만류한게 최후통첩" 이라고 강조한다.

李대표의 당선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겠다는 金대통령의 '대안 불가 (不可)' 입장은 확고하다고 참모들은 전한다.

지난달 29일 경기도성남시에서 열린 전국 송유관 준공식에 참석한 金대통령의 안내를 李지사에게 맡겼지만 이를 뿌리치고 중국으로 간 것을 청와대는 불쾌해 한다.

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李지사를 키워줬는데, 제 갈길만 찾는다고 불쾌해 하는 것같다" 고 말한다.

참모들은 여전히 李지사가 명분과 실리면에서 탈당까지 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실무관계자는 "경선승복 약속을 버렸다는 부도덕성이 여론의 주목을 끄는 추세" 라면서 "李대표의 경쟁력이 떨어져 자신이 나온다는 변명이 아직 더 먹히지만 정식 출마하면 달라질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 제어수단이 없다는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李지사의 비리가 담겼다는 소위 '이인제 파일' 이 거론되나 청와대는 "탄압인상을 주어 李지사의 인기만 올려준다" 고 묵살한다.

결국 청와대는 李대표가 '해주기 나름' 이라는 원론적 해법으로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측은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 있지만 李대표 측근들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고 답답해 한다.

또다른 당국자는 "金대통령은 할 만큼 밀어주고 있다.

李대표야 정치한지 얼마 안돼 그렇다쳐도 하순봉 (河舜鳳) 비서실장등 대표 주변의 판단력.순발력등 모든게 문제" 라고 한심해 한다.

청와대는 9월 추석전까지 李대표의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연일 지적한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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