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없는 하와이 때 아닌 뱀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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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낙원' 과 '뱀' 은 영원한 상극인가.

남태평양의 낙원인 하와이 군도는 그간 뱀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하와이군도 본섬인 오아후에서 두달 사이 여섯번이나 '갈색나무뱀' (그림) 이 목격돼 하와이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갈색나무뱀은 본래 호주.솔로몬군도등이 원산지다.

이 뱀들이 2차대전후 미 공군기 화물 속에 편승 (?) , 하와이에 퍼져나가 이미 몇몇 종류의 새들을 멸종 위기에 몰아넣었는가 하면 전주나 전선을 감고 돌아 나흘에 한번 꼴로 정전사고를 일으키는등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대륙과 바다로 단절돼온 하와이는 뱀뿐 아니라 다른 외부 동물들의 침입이 거의 없어 '저항력이 약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갈색나무뱀과 같은 새로운 육식동물이 널리 퍼지게 되면 기존 생태계의 균형이 크게 깨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주정부는 뱀문제를 하와이가 처한 3대 난제중 하나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클린턴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뱀 퇴치를 돕겠다" 고 약속했다.

아울러 주정부는 덫 설치, 약품 살포등과 함께 사냥개들을 풀기도 하고 뱀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하와이인들에게 특별교육을 시키는등 뱀퇴치에 온갖 노력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81년 이후 갈색나무뱀을 죽였다거나 사체를 발견했다는 경우는 겨우 7건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한 상태다.

물론 하와이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부 침입자는 뱀만이 아니다.

하와이에는 매년 평균 20종류의 곤충이 외지로부터 '묻어' 들어온다.

연간 3억달러 정도의 피해를 끼치는 과실파리나 1억5천만달러의 가옥 보수 비용이 먹히는 대만산 흰개미등이 모두 외지에서 온 곤충들이다.

그러나 이들 해충이 인간과 함께 묻어온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하와이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침입자는 바로 '사람' 인 셈이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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