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 농업투자 프로그램 마련 의미…식량지원 보다 농업기반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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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엔이 산하 식량.농업 전문기구를 통해 종합적인 대북 (對北) 농업투자프로그램 (ASIP) 을 마련한 것은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유엔의 대북지원을 통합, 구조적인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엔은 지난 95년 9월 첫 대북지원을 실시한 이후 그동안 모두 1억9천2백만달러 상당의 구호물자를 지원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총액 3억1백만달러의 63%에 해당한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사정은 아직도 1인당 하루 최소 필요량인 4백50g에 못미치는 1백~2백g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올해 농사도 가뭄과 이상기후로 흉작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유엔은 북한 식량난의 구조적 해결은 농업기반의 개선에 있다고 보고, 그동안 전문기구 조사단을 평양에 수차례 파견해 북한당국자들과 접촉을 벌였다.

그러나 북한은 '식량난은 자연재해 때문' 이라며 유엔의 충고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던 북한이 최근 북한을 방문한 유엔관리들에게 농업기반 개선쪽으로 지원을 해달라고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공진태 (孔鎭泰) 부총리는 지난달 1일 평양에서 가진 국제농업개발기금 (IFAD) 대표단과의 접촉에서 '단순 식량제공' 보다는 '농업기반 개선' 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엔의 이번 계획은 북한의 태도변화와 함께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 이 필요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때마침 우리정부도 23일 농업기자재의 대북지원을 발표하는등 유엔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유엔과 우리정부의 지원에다가 북한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가미된다면 북한의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한 농업개혁 지원은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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