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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수익성 풍요 속 양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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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수익성이 올 들어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번 돈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흐름이 막혀 기업들이 금고에 쌓아 둔 현금 역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 또 큰 기업과 작은 기업, 수출.내수 업종 간 실적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등록된 업체를 중심으로 전국 1069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 이들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13.4%로 전년 동기(6.4%)의 두배를 넘어섰다. 1000원어치를 팔아 134원을 번 셈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좋은 경영성적표다.

변기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이 잘된 데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금융비용이 줄고, 원화 환율이 내려 영업 외 수지까지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인 투자가 부진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투자동향의 척도인 유형자산 증가율은 1분기에 1.3%로 전년 동기(0.2%)보다 개선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 투자액 3조4000억원을 빼고 나면 증가율은 0.4%에 불과했다. 전반적으로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돈은 벌어들이지만 쓸 데가 마땅찮다 보니 총자산 대비 현금보유 비중은 사상 처음 두 자릿수(10%)로 올라섰다.

기업 간 불균형도 심해졌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포스코.SK㈜ 등 매출액 상위 5대 기업의 매출 비중은 무려 33%에 달했다. 매출 대비 경상이익률도 20%를 넘어 다른 기업들의 두배였다. 5개사의 현금 보유액은 14조9000억원, 그 비중은 전체의 13.1%에 달했다.

수출.내수기업의 1분기 매출액 증가율도 각각 22.6%와 10.3%로 두배 이상의 격차였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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