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담배 피우면 배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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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날씬함을 유지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앞으로 흡연을 재고해야 할 듯 싶다.

서울중앙병원 박혜순 교수와 상계백병원 김성원 교수팀은 최근 성인병검진을 위해 내원한 4백99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여성일수록 복부 - 둔부 둘레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부 - 둔부둘레비는 엉덩이중 가장 넓은 부위에서 잰 둘레를 1로 봤을때 배꼽을 기준으로 한 배의 둘레를 나타내는 비율. 조사결과 비흡연여성의 경우 복부 - 둔부 둘레비 평균치가 0.82인데 비해 흡연여성은 0.85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 전체 평균치가 0.827인 것을 감안하면 배둘레에 관한한 비흡연여성은 평균보다 날씬한 반면 흡연여성은 평균보다 뚱뚱하다는 것을 뜻한다.

복부 - 둔부 둘레비는 수치가 높을수록 배불뚝이가 된다는 것을 뜻하므로 복부형 비만을 나타내는 주요지표가 된다.

더구나 중요한 것은 복부형 비만이 단순히 외관상 보기 흉한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복부형 비만은 팔다리나 엉덩이에 살이 찌는 경우에 비해 건강에도 특별히 해롭기 때문이다.

복부형 비만은 주로 내장에 지방이 축적됐음을 의미하며 이처럼 내장에 축적된 지방은 다이어트를 해도 잘 빠지지 않고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배가 나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당뇨등 성인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한다.

흡연이 배불뚝이를 만드는 이유는 아직 명확치 않다.

다만 긴급상황시 분비량이 증가하는 아드레날린등 교감신경계통 물질과 유사한 물질인 니코틴의 영향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의 몸은 긴급상황시 빠른 움직임을 확보하기 위해 팔다리가 뚱뚱해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비상사태때 흥분하는 교감신경 분비물질은 지방을 팔다리에서 배로 옮기도록 진화되었다는 것. 그런데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은 교감신경과 비슷한 물질인 관계로 체내 지방을 팔다리에서 배로 옮기는데 일조를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여성흡연율은 5.6%로 세계 최하위 수준. 그러나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젊은 여성들의 흡연율이 날로 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팀의 조사에 따르면 93년 2.6%에 불과했던 여고생 흡연율이 95년엔 4.7%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세대 여성들이 흡연을 즐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체중감소효과를 얻기 위한 것. 그러나 金교수는 "흡연이 일시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장기적으론 건강에 해로운 복부형 비만을 초래하므로 삼가해야 한다" 고 경고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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