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GDP 6.3%성장 의미…지수만으론 예상외 성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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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2분기중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 '6.3%' 라는 예상외의 좋은 성적을냈다.

수치로 본다면 지난 95년 4분기부터 하강국면에 들어간 국내 경기가 지난 1분기 (성장률 5.4%) 를 바닥으로 점차 호전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 체감 경기는 이와는 전혀 딴판이다.

한은도 "수치상으로 좋아진만큼 경기흐름이 좋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고 진단하고 있다.

우선 성장의 내용이 좋지 않다.

지난 2분기동안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24.9%늘어났다.

예상보다 성장률이 높아진 것은 이같은 수출 증가가 떠받혀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도 실제로 물건이 잘 팔려서 늘어난 것이라 보기 어렵다.

한은은 "비교시점인 지난해 2분기의 수출증가율이 3~4%대에 불과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출이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것일 뿐" 이라고 밝히고 있다.

재고증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1, 2분기의 제조업재고증가율은 각각 13.4%, 10.7%로 지난해에 이어 계속 두자리수를 기록하고있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때의 통상적 재고 증가율이 6~7%이라는 점을 감안하다면, 국내 경제의 거품이 제대로 빠지지 않은 채 실속없는 외형성장으로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투자와 소비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국내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금년 1분기중 고정투자는 2.0%의 감소를 보인데 이어 2분기에도 0.1%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민간소비도 4.8%로 성장률을 밑도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기업들이 앞으로도 생산.고용 조정을 통해 군살을 빼나가지 않는다면 경제 저점에서 횡보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이른바 'U자형' 경기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전에는 경기의 저점이 지나면 즉시 재반등하는 패턴이 반복돼왔지만 지금은 구조적인 불황기이므로 저점이 곧 경기상승의 시발점으로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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