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즈와 US오픈 맞대결 기대돼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또 한 명의 ‘코리안 골퍼’가 세계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쟁쟁한 강호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주인공은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19·한국 이름 이진명).

조니워커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유러피언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깬 대니 리가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퍼스(호주) AFP=연합뉴스]


대니 리는 22일 호주 퍼스의 바인스 리조트 골프장(파72·7101야드)에서 끝난 유러피언(EPGA)투어 조니워커 클래식 마지막 날 5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라서 우승 상금 23만5000유로(약 4억4800만원)는 받지 못했지만 그는 앤서니 김(미국), 리 웨스트우드, 이언 폴더(이상 영국) 등 세계 톱 랭커들을 모두 꺾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우승 상금은 로스 맥거원(영국·16언더파) 등 공동 2위 3명이 나눠갖는다.

대니 리는 세계 골프 역사도 새로 썼다. 18세 213일인 그는 1971년 스페인 오픈에서 데일 헤이스(남아공)가 세운 유러피언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18세 290일)을 갈아 치웠다. 그는 지난해 113년 전통의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도 18세 1개월의 나이로 우승,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갖고 있던 최연소 우승 기록(18세 7개월 29일·1994년)을 깨버렸다.

대니 리는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 직후 세계적인 기업들로부터 파격적인 스폰서십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호주에서 열린 세계 아마추어 팀 챔피언십에 뉴질랜드 대표로 출전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프로 전향을 미뤘다.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으로 그는 올해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특히 US오픈 1, 2라운드에서는 관례에 따라 디펜딩 챔피언인 우즈와 한 조에서 샷 대결을 벌인다.

대니 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티칭프로였던 어머니 서수진(43)씨의 스윙을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골프에 입문했다. 초등학생 때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될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더 큰 성공을 꿈꾸며 11세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뉴질랜드의 티칭프로인 마크 조지에게 레슨을 받으며 기량이 급성장한 그는 2006년 뉴질랜드 23세 이하 챔피언전에서 6타 차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미국 골프주간지 골프위크가 선정한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인 대니 리는 1m81㎝·76㎏으로 다소 왜소하게 보이지만 드라이브샷으로 300야드를 넘기는 장타자다. 아이언샷도 정교하다. 7번 아이언으로 180야드, 2번 아이언으로 250야드를 때려낸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그는 13번(파3), 14번 홀(파4) 연속 버디로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17번 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두가 됐고 18번 홀(파5)에서 투온에 성공하며 버디를 추가,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대니 리는 “목표가 20위 안에 드는 것이었는데 우승까지 하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우즈와의 비교에 대해선 “세계 최고와 나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보유하고 있는 PGA 투어 기록들을 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문승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