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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몸, 청소하셨습니까 ① 독소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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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毒·독소·toxin)이 넘치는 세상이다. 복어독, 아플라톡신(곰팡이독의 일종), 독버섯의 독, 감자의 독(솔라닌) 등은 식중독(食中毒)을 유발한다. 잔류 농약, 중금속, 과다한 식품첨가물, 환경호르몬, 다이옥신, 멜라민 등은 식품·물 속에 든 독이다. 술은 주독(酒毒)을 일으킨다. 과로·스트레스는 노화·성인병의 원인인 유해(활성)산소를 다량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생활 속의 독이다. 육식·패스트 푸드·고지방식 등 식생활의 서구화와 과식 등 잘못된 식습관도 ‘만병의 근원’인 비만을 초래하는 독이다. 건강을 위해 복용하는 의약품·한약·건강기능식품이 간엔 독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현대인은 무수한 독과 함께 살아간다. 중앙일보 건강팀은 세상의 독성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기획 ‘당신의 몸, 청소하셨습니까’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인간의 삶은 독과의 싸움=우리가 늘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이 모두 독이다. 만일 이 독을 청소하지 못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 몸의 대표적인 해독(解毒) 장기는 간이다. 한자로 간(肝)은 ‘고기(肉=月)의 방패(干)’라는 뜻이다.

실제로 장에서 단백질(고기)이 소화될 때 나오는 암모니아는 유해물질로 그대로 두면 뇌에 치명적이다. 간은 암모니아를 무해한 요소로 바꿔 소변으로 내보낸다.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황성규 교수는 “간엔 3000억 개에 달하는 쿠퍼세포(간세포)가 있다”며 “이 세포는 장에서 문맥을 통해 들어오는 바이러스·세균·독소·암세포 등을 자기 세포 내로 끌어들여 소화시키는 등 ‘먹성’이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신체에서 전방의 방어병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500종에 달하는 화학공정을 수행하는 간세포의 수명은 40∼50일 정도. 각각의 간세포는 모두 똑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약과 독의 동전의 양면’이란 말이 있다. 독성이 있어야 약효도 있다는 뜻이다. 약(경구약·주사약)도 간의 해독작용을 거친 뒤에야 효과를 발휘하거나 체외로 배설된다.


◆간이 먼저 망가진다=간은 묵묵히 일하는 침묵의 장기다. 70%를 잘라내도 10∼20일 후에는 원래 크기로 회복될 정도로 재생속도도 빠르다. 문제는 이렇게 증상이 없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혹사시킬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매’에는 장사가 없듯 지속적인 음주 등으로 간에 과부하가 걸리면 알코올성 지방간·간염 등 말썽을 일으킨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내분비내과 황유철 교수는 “과로·스트레스가 심하면 유해산소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진다”며 “유해산소는 심장·혈관·췌장 등뿐아니라 간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긴다”고 설명했다. 과로하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았는데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면 일단 간질환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식습관, 식생활의 서구화 등에 의한 비만도 지방간 등 간에 타격을 입힌다. 의약품·한약·건강기능식품의 오·남용도 간을 괴롭히는 일이다. 이는 모든 화학물질을 간에서 해독시켜 무력화하기 때문. 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김동준 교수팀이 간기능 장애 등 독성 간 손상(110건)을 일으킨 원인을 조사한 결과 한약(33%)·의약품(27.8%)·건강기능식품(20.3%)·민간요법(11.4%) 등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몸의 해독 능력을 높이려면=인체의 해독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간을 쉬게 하거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는 “알코올을 하루에 60g 이상 섭취하면 간에 과부하가 걸린다”며 “건강한 성인의 간은 시간당 8g의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으므로 소주 한 병(알코올양 약 88g)을 마시면 이를 처리하는 데 11시간이 걸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과음한 뒤엔 3일가량 금주해 간을 쉬게 해야 한다는 것.

과식·과로·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독(유해산소)은 휴식, 걷기·산책 등 가벼운 운동, 요가·참선 등 심신 이완요법, 채소·과일 등 항산화 성분이 든 식품을 즐겨 먹는 것으로 해독한다.

간이라는 화학공장도 나이가 들면 가동력이 떨어진다. 30대에 정점을 이루다 50대 이후에는 급격히 쇠퇴한다. 젊었을 때 기분으로 술을 마신 뒤 아침까지 숙취가 남아 고생하는 것은 이처럼 나이에 따라 간의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배설을 돕는 담즙산=간은 빌리루빈(적혈구 쓰레기)·독성 담즙산·콜레스테롤 등 각종 독(노폐물)을 배설하는 일도 한다. 이 업무를 맡은 것은 담즙(쓸개즙)이다. 담즙은 간에서 생성되는 갈색이나 초록색을 띠는 액체.

성인의 간에선 매일 1L 이상의 담즙(노란색 액체)이 만들어져 담낭에 20배로 농축돼 보관된다. 그리고 간→담관→십이지장(소장의 일부)으로 내려가 ‘소화제’로 쓰인다. 담즙 안엔 수분(97%)과 담즙산·콜레스테롤·빌리루빈(3%)이 들어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홍식 교수는 “장에서 지방·콜레스테롤을 흡수할 때 담즙산이 이들을 수용성으로 바꾸어 흡수·배설이 잘 되도록 한다”며 “담즙산이 부족하면 담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담즙산 성분인 ‘우루사’(간장약)는 콜레스테롤의 배설을 돕고 간세포를 보호해주는 약이라는 것. 장으로 흘러 들어간 담즙산의 90%는 소장에서 재흡수돼 다시 간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소장절제술을 받았거나 간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들면 양이 줄어든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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