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컨설팅' 이렇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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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97년 현재 서울의 개봉관수는 약 1백개. 새로운 극장이 앞다투어 생기고, 명보.서울 등 전통적인 주요극장들도 상영관 네개, 다섯개짜리 복합관으로 변신을 거듭한 결과다.

내년쯤이면 대기업들이 짓고 있는 상영관 열한개짜리 대형 복합관들도 여기에 가세,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좀더 편안한 좌석, 실감나는 음향 같은 하드웨어 경쟁뿐 아니라 입지나 관객층에 따라 차별화한 영화 프로그램을 내거는 소프트웨어 경쟁도 만만치 않다.

김광수.이은정씨의 작업이 주력하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 "같은 영화도 기왕이면 이 극장에서" 하고 관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장선우감독의 '나쁜 영화' 가 상영중인 허리우드극장에서는 지난주 매일밤 10시부터 '화엄경' '너에게 나를 보낸다' '꽃잎' 등 장감독의 영화 회고전이 함께 열렸다.

다음 프로로 예정된 임권택감독의 '창' 상영 때는 영화촬영에 쓰인 세트를 극장 앞마당에 옮겨 온다.

관객과의 대화, 영화음악회, 시나리오 한정본 판매…. 이런 아이디어들이 목전의 흥행성공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역시 일주일 동안 밤 열시부터 열린 '호러 (horror) 영화제' 는 신상옥 감독의 '천년호' , 김민수 감독의 '하녀의 방' 등 극장에서도 비디오가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영화들을 스크린에 걸었다.

한국 영화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B급 영화의 전통을 되살리려는 시도였다.

겨울에는 김기영감독의 '하녀' 나 이명세감독의 '개그맨' 같은, 한국영화 '작가' 의 영화를 다시 상영할 계획이다.

한국영화가 숨쉴 수 있는 토양 만들기 - 이거야말로, 십년 뒤 영화제작자 혹은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변신해 있을 지 모를 두 사람이 꿈꾸는 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영화 끌어오기가 생각처럼 쉽진 않다.

'흥행이 될 만한' 신작은 신작대로 제작사와 다른 극장주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고, 예전 작품 역시 판권을 가진 쪽이 필름을 선뜻 내놓는 것도 아니다.

개관 첫주에 상영한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은 36년만의 극장 나들이를 위해 복원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두 영화청년의 할 일은 자꾸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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