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의 추억' 13년간 가야산 같은 지역서 원인 모를 산불 41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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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충남 가야산의 방화범에게 현상금 1000만원이 걸렸다.

서산시는 최근 해미면 대곡리 가야산 중턱에서 10여년째 일어나는 원인 모를 산불을 막기 위해 거액의 상금을 내놨다. 1997년 보상금 300만원에 이은 두번째다.

이 일대에선 1992년 4월 한서대 뒷산에서 첫 산불이 난 후 올해까지 총 41건의 '원인 불명'산불이 반경 2km 이내 지역서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특히 26건은 야간에 발생한 것으로 등산객 및 주민들의 실화로는 보기 힘들다. 지난 3월 15일에도 오후 11시 50분쯤 한서대 뒷산에서 불이 났으나 한 주민이 일찍 발견해 임야 0.1㏊를 태운 뒤 20분만에 꺼졌다. 발화 장소는 7부 능선으로 늦은 시간에 좀처럼 사람이 올라가지 않는 곳이다. 올해 산불감시원 15명 배치해 집중 감시를 폈는데도 이미 3건이 일어났다.

주민 김모(63.서산 해미면 대곡리)씨는 "이 일대는 잇딴 산불로 성한 곳이 없다"며 "누가 무슨 이유로 불을 놓고 다니는 지 모르겠다"며 불안해 했다.

시는 지난 13년간 이 일대서 난 산불이 100건이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발생 초기에 주민들이 발견해 신고없이 끈 불도 많기 때문이다. 3년전 인근 황락리 방화 현장에서 정신이상자 S모(당시 25세)씨를 붙잡았으나 그 후도 산불 발생은 그치지 않았다.

주민들은 계속되는 산불에 자경단(自警團)까지 조직해 단속에 나섰으나 허사였다.

경찰은 "범인이 발화 장소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것을 볼 때 인근 지리에 밝고 기동성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가야산 일대에 대한 야간 순찰을 강화하고 경찰은 방화범 검거를 위해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서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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