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 계좌 정밀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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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검찰이 태광실업 박연차(64)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박씨에 대한 정밀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19일 “지난해 수사팀이 진행했던 계좌추적에 이어 보다 정밀한 추적 작업을 최근 시작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씨에 대한 계좌 추적과 함께 수사팀이 확보한 압수물 분석도 진행 중이다. 박씨가 만난 정치권 인사에 대한 기록, 전화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 또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확보된 정치권 등의 인사와의 자금 거래 내역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로비 의혹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씨가 입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박씨로부터 유력 정치인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 정도 정밀 수사를 해보면 그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박씨가 정치권 인사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은 일부 확보했으나 사법 처리를 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세간에서 말하는 ‘박연차 리스트’라고 부를 만한 단서는 현재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씨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압박 카드를 마련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박씨를 대신해 태광실업을 경영하고 있는 박씨의 장녀를 불러 조사했다. 박씨의 자녀가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한편 국회의장을 지낸 박관용(71)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은 이날 “정계를 떠난 뒤에 박씨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후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박 이사장은 “2004년 말께 연구원에 박씨가 후원금을 냈다. 박씨와는 3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로 현역 정치인일 때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씨로부터 받은 돈은 정상적으로 회계처리가 됐으며, 정확한 액수는 장부를 확인해 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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