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원→글로벌 한국법인 CEO … 세계를 감동시킨 15인의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평사원에서 출발해 글로벌 기업의 한국 법인 최고경영자(CEO)가 된 15명이 공동으로 『세계를 감동시킨 CEO 리더십』(휘즈프레스·사진)이란 책을 내고 자신들의 리더십을 정리했다.

필립스전자코리아 최초로 1993년 한국인 CEO가 된 신박제 현 NXP반도체 회장의 리더십은 ‘전략적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일단 전략을 세운 후엔 집요하게 달려든다. 외환위기가 고조되던 98년 한국의 첨단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로 투자를 중단하는 사태를 목격하고, 재정 상태가 건전한 필립스 본사에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안했다.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 필립스를 설득했고, LG엔 필립스 본사의 입장이 돼 대화를 중재했다. 그 결과 99년 필립스는 16억 달러를 투자해 LG와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듀폰코리아 원철우 사장의 리더십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조직을 리드하는 ‘배려 리더십’이다. 리더가 될 자질이 있는 사람에게는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줘 큰 그림을 보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경험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일본 후지쓰그룹에서 100% 출자해 설립한 금융자동화기기(ATM) 전문 회사 FKM의 심재수 사장. 그는 91년 국내 한 기업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던 중 ATM의 사용률이 저조한 이유가 은행 고객 가운데 카드를 가진 고객이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후지쓰에선 이 같은 점을 꼼꼼하게 짚어낸 그에게 통장과 카드로 동시에 돈을 찾을 수 있는 한국형 ATM 생산을 맡겼다. 고객의 요구를 제품에 반영하는 ‘테크노 지식 리더십’의 전형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86년 최연소로 영동지점 지점장에 임명됐을 때다. 고객들의 대출자금을 심사할 때 사업계획서를 평가하고 경영 지도까지 해줬다. 신한은행 본부에서 경영 계획을 수립, 평가하는 경험을 쌓은 것을 활용했다. 2006년 조흥은행과의 통합 이후엔 직원들과 100일 동안 아침·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전 직원의 25%를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소신과 열정의 리더십’이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