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和議신청 기아 협력사 '서울차제공업'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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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어음할인을 거부당하는 순간 참담했습니다.

2천여 임직원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 11일 서울차체공업의 신임 대표이사로 발령받은 구재복 (丘在福.51) 전무는 지난달 중순의 1차 부도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아사태 이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기아 협력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달 25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서울차체공업 - .

이 회사는 지난달 18일 신한은행 당산동지점으로 돌아온 어음결제액 9억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회사 창립 30년만에 처음 당하는 위기였다.

회사가 벼랑 끝으로 몰리자 재무 담당자들이 아시아자동차 발행 어음 10억원을 할인받기 위해 금융기관 문을 두드렸지만 허사였다.

"기아와 아시아자동차 발행 어음은 무조건 할인해줄 수 없다" 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삽시간에 서울영등포구문래동 본사는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직원들은 눈물을 훔쳤고 하루종일 채권자들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 는 문의전화가 잇따랐다.

그동안 만기일까지 대출금의 10% 정도를 갚으면 쉽게 연장해주던 금융권은 이날부터 대출금을 1백% 상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담보를 내놓으라고 독촉하기 시작했다.

당시 경리담당 상무였던 丘대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도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며 절박한 상황을 떠올렸다.

급전을 마련하느라 밤새도록 종금사와 신용조합 관계자를 찾아다닌 끝에 그는 간신히 19일 최종부도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그 다음이 더 문제였다.

또 다시 결제해야할 어음액 27억원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더욱이 3년전 발행한 회사채 65억원의 만기 도래일이 7, 8월에 집중돼 있었다.

전기료를 포함한 각종 공과금도 월 4천여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돈을 끌어다 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은행.종금사등은 한푼도 추가로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종금사는 그간 1~2개월 가량됐던 대출기간을 2~3일로 줄이는등 회사의 목을 죄어 왔다.

丘대표는 허탈감에 빠졌다.

부도 원인이 회사의 잘못이었다면 그렇게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하소연했다.

모기업인 아시아자동차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금융권이 하루아침에 협력업체들에도 등을 돌리는 현실이 못내 야속하기만 했다.

"물품대금으로 받은 어음고 했다.

특히 종금사는 그간 1~2개월 가량됐던 대출기간을 2~3일로 줄이는등 회사의 목을 죄어 왔다.

丘대표는 허탈감에 빠졌다.

부도 원인이 회사의 잘못이었다면 그렇게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하소연했다.

모기업인 아시아자동차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금융권이 하루아침에 협력업체들에도 등을 돌리는 현실이 못내 야속하기만 했다.

"물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갑자기 할인안되고 은행 대출금마저 회수되면 살아남을 기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 丘대표의 '이유있는' 항변이었다.

67년 설립한 서울차체공업은 그간 주로 트럭용 적재함을 제작해 전량 아시아자동차에 납품해왔다.

지난해 매출액 9백7억여원, 순익 4억원을 기록했으며 30년간 노사 무분규를 달성한 덕분에 노사협력 우량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아사태 이후 벼랑 끝으로 몰리자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것. 그렇지만 30년간 갈고 닦아온 기술력등 단순히 계산기로 평가못하는 자산을 하루아침에 부도로 날릴 수 없다는 원통함이 丘대표의 오기에 불을 지폈다.

丘대표는 지난달 29일 법정관리를 화의신청으로 변경, 기사회생을 시도했다.

화의란 법원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주식 소각이나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고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중 부채만 동결해주면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기업들이 그 적용 대상이다.

법원은 일단 지난 6일 채권및 채무를 동결해주는 회사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내렸으며 정식 화의개시 결정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丘대표는 "서울차체뿐만 아니라 2백50여개의 2차협력업체를 생각해서라도 제2창업의 각오로 반드시 회사를 살리겠다" 고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모기업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자구노력도 물거품이 된다" 고 안타까워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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