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 스페인 안톤 남자 마라톤 월계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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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스페인의 아벨 안톤이 팀동료 마르틴 피스를 막판에 추월, 97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마라톤에서 우승했다.

안톤은 10일 마라톤의 발상지인 그리스 마라톤마을에서 아테네시 파나티나이콘 스타디움에 이르는 42.195㎞ 레이스에서 30㎞ 이후 선두로 치고나온 피스를 마지막 스퍼트로 따돌리는데 성공, 2시간13분16초의 기록으로 월계관을 썼다. 안톤은 장거리 선수에서 지난해 마라톤으로 전향, 첫대회인 베를린마라톤부터 우승했으며 올3월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우승,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선수다.

안톤은 이번 대회까지 세번의 마라톤 풀코스 경기를 벌여 모두 우승하는 진기록도 냈다.

이날 레이스는 기원전 4백90년 마라톤 전쟁에서 오리엔트 최강국 페르시아의 대군을 격멸한 아테네의 병사 필리피데스가 상처입은 몸으로 끝없이 달렸던 '고전속의 코스' 에서 벌어졌다.

출발지점의 기온이 28도, 습도 51%의 혹독한 조건이어서 출발 순간부터 기록보다 순위싸움이 예상됐고 결과 역시 세계기록 (2시간6분50초)에 크게 뒤진 저조한 기록으로 우승자가 가려졌다.

기대를 걸었던 한국의 백승도 (한국전력).장기식 (상무) 은 초반부터 선두권에 끼어드는데 실패, 중위권 이하로 처져 첫메달의 꿈을 무산시켰다.

백은 30㎞지점까지 14위로 선두권을 추격했으나 맹렬히 쏟아지는 지중해의 태양아래 35㎞를 지나면서 체력이 고갈돼 2시간22분40초로 26위에 그쳤고 장은 중도에 기권했다.

15㎞까지 콩고의 칼롬보, 나미비아의 스와트부이가 선두를 달렸으나 22㎞를 지나면서 피스.안톤등이 합류해 10여명으로 선두권이 늘어났다.

그러나 25㎞를 지나면서 피스.안톤이 선두를 빼앗았고 35㎞지점부터는 두 선수의 우승다툼으로 레이스가 집약됐다.

35㎞기록이 1시간51분40초로 세계기록인 1시간45분22초에 무려 6분18초나 뒤져 새 기록은 물건너간 상태. 이때부터 코스는 내리막으로 접어들었고 멀리 보이는 파나티나이콘 스타디움을 바라보며 마지막 스퍼트 싸움이 벌어졌다.

선두로 달리는 피스를 불과 두세걸음 차로 뒤쫓으며 역전찬스를 노리던 안톤은 피스의 스퍼트 타이밍을 절묘하게 빼앗으며 스타디움 입구 바로 앞에서 선제 스퍼트를 감행, 금메달을 낚아챘다.

아테네 =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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