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도 다이어트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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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주부 박인찬 (32.경기도고양시성사동) 씨는 얼마전 집에 놀러온 유치원생 딸 친구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평소 거리낌 없이 지내는 사이인데 그날은 아무리 권해도 식사는 커녕 간식조차 먹으려 들지 않았던 것. 알고보니 요즘엔 집에서도 저녁식사를 안하려고 해 그애 엄마의 걱정이 대단했다.

귀염성있게 '통통한' 정도인데도 유치원에서 '뚱뚱하다' 고 너무 놀림을 받아 스스로 체중조절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 최근 TV만화영화 '달의 요정 세일러문' 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유치원에까지 다이어트바람이 불고 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요정들의 날씬한 다리 때문에 조금만 통통한 여자 아이들도 짧은 치마를 입고 가면 구박을 받기 일쑤. 그래서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삼복더위에도 무릎 아래 10㎝가 넘게 내려오는 긴 치마만 입겠다고 고집해 매일 아침 엄마랑 다투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강서구목동의 H유치원 김영희교사는 얼마 전부터 한 아이에겐 간식을 다른 아이들 반씩만 주고 있다.

보호자의 간곡한 부탁 때문. "여자애는 날씬한 몸매가 우선인데 시댁 쪽이 쉽게 체중이 느는 체질이라 어렸을 때부터 음식조절을 시켜야 한다" 는 것이 그 이유였다.

스스로, 혹은 보호자의 염려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 어린이들 중엔 실제로는 식이요법이 필요할 만큼 비만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5~6세 여자아이의 경우 평균신장108㎝에 몸무게17㎏이 표준인데 이보다 120% (20.4㎏)가 넘어야 비만. 동덕여대 우남희 (禹南姬.아동학과) 교수는 "식구들끼리라도 서로 '뚱뚱하다' 며 모욕적인 언사를 주고 받는 것을 삼가하고 대중매체등을 대할 때도 자주 대화로서 올바른 미의 기준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 조언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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