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원망하는 신한국당 민주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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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YS가 퇴임하고 상도동 (김영삼 대통령 사저) 으로 돌아가면 인사갈 민주계는 거의 없을 것이다. " 신한국당 민주계들이 요즘 공통으로 내뱉는 말이다.

이회창 (李會昌) 대표측에 가담한 민주계나, 반 (反) 또는 비 (非) 李대표 대열의 민주계 모두가 金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말하고 있다.

李대표 진영의 민주계에선 "그는 (YS) '지는 태양' 아니냐" "우리가 경선을 앞두고 李대표를 돕겠다고 나섰을 때 YS직계등으로부터 '역적' 소리를 듣는등 설움을 많이 겪었다.

李대표나 우리나 YS 덕본 것은 없다" 는등 金대통령을 무시하는 듯한 얘기까지 쏟아진다.

경선때 반李대표측에 가담했던 민주계들은 더욱 심한 말을 하고 있다.

" (경선) 상황이 나빠지니까 '새끼들' 은 다 팽개치고 혼자만 살려고 했다" "기회주의자고 겁쟁이다" "YS가 어려움에 빠질 경우 방패막이가 되겠다고 자원할 민주계는 한명도 없을 것" 이라는등 실로 놀라운 목소리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나오고 있다.

이들중에는 "이런 얘기가 청와대에 좀 들어갔으면 좋겠다" 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金대통령을 원망하는 까닭은 간단하다.

경선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김심 (金心.金대통령 의중)' 이 표출되지 않았고, 그 결과 타도대상으로 삼았던 李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바람에 지금은 완전히 소외된 '오리알'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경선도중 정치발전협의회 (정발협)에 가입했던 한 민주계 의원은 경선상황을 이렇게 '복기 (復棋)' 한다.

"민주계 대다수가 반이회창 깃발을 든 것은 '김심' 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정발협이 본격활동했던 6월, YS주변의 기류는 '이회창은 아니다' 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李대표가 대세몰이를 하면서 세를 불려나가고 정발협은 반대로 경선주자 지지문제를 놓고 분열상을 노출하는등 사정이 달라지자 YS는 아무런 사인을 주지 않았다.

YS는 도리어 정발협 해체를 지시하는등 李대표를 지지하는 인상마저 주었고, 이 바람에 반이회창쪽에 선 민주계들은 모두가 죽는 길로 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 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비서관은 "대통령이 엄정중립을 지킨게 죄란 말이냐" 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사정이야 어떻든 金대통령과 민주계의 사이가 소원해진 것만은 틀림없고, 관계 회복기미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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