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혁명]5.미국 …영화·스포츠 ·인터넷 연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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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디어와 인터넷의 왕국이 미국이듯 콘텐츠의 왕국도 역시 미국이다.

미키마우스에서 디즈니랜드까지, 마이클 조던의 프로농구에서 타이거우즈의 프로골프까지, 엘비스 프레슬리에서 흑인 랩 그룹들까지, 야후의 웹사이트에서 AT&T의 건강사이트까지가 다 미국산 콘텐츠다.

문화적 침식이라는 비판의 꼬리가 항상 따라 붙지만 미국산 콘텐츠인 박찬호의 LA 다저스와 박세리의 LPGA 게임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TV.영화.인터넷등의 미디어들을 채울 세계적인 콘텐츠를 우리실력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한 어쩔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약 2년전부터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접속의 중요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다가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 다" 라는 식으로 자연스레 콘텐츠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게 됐다.

이후 하드웨어 대 소프트웨어의 2분법이 아닌 '미디어' 대 '콘텐츠' 의 2분법으로 정보산업을 이야기하게 되면서 콘텐츠의 개념은 영화.만화캐릭터.스포츠.음악.웹사이트내용들에까지 넓게 적용됐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어우러져 발전하는 디지털 위성 방송이나 인터넷.전자신문등은 다 미디어이고 그 미디어들에 담는 내용들은 다 콘텐츠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영화.스포츠등을 모두 합친 '콘텐츠산업' 식의 분류법이 생소하게 들리는 것은 미국 콘텐츠산업이 오래 전부터 방송.영화.스포츠.인터넷등의 각 분야를 새로운 사업 감각으로 엮어 내는 '복합 경영' 의 산물로 자연스레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큰 방송사가 스포츠 사업에 뛰어든 것은 64년 CBS가 뉴욕 양키스 야구팀의 지분 80%를 1천1백20만 달러에 사들인 것이 효시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CBS는 양키스에게 그저 야구경기만 시켰지 양키스가 이른바 '콘텐츠' 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여기에 혁신을 몰고 온 기업인이 테드 터너다.

터너 방송사 (TBS) 의 창업 회장인 그는 70년대 후반 새로 출현하는 위성 테크놀로지를 이용, 전국 네크워크의 케이블 TV를 차리면서 시청자를 끄는 프로그램을 찾다가 아예 애틀란타 브레이브즈 (프로야구팀) 와 호크스 (프로농구팀) 을 사버렸다.

요즘식으로 말한다면 터너는 TV채널의 콘텐츠혁명을 일으킨 장본인인 셈이다.

오늘날 미국에서의 스포츠 채널 경쟁엔 불꽃이 튄다.

폭스 네트워크를 통해 메이저 리그 야구 경기의 3분의 1에 대한 방영권을 갖고 있는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최근 LA 다저스 야구팀을 인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국 7천1백만명의 가입자에게 전국프로그램만을 내보내는 ESPN과 달리 머독측은 홈팀 경기를 보고싶어하는 지역시청자들을 집중 공략, 곧 TCI와 합작해 폭스 스포츠 네트를 설립해 전국 5천5백만호의 가정에 홈팀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디즈니사도 이미 야구팀을 갖고 있다.

이들이 야구등 프로스포츠에 이처럼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단순히 방송 채널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스포츠경기와 레저.오락.외식.패션.영화.장난감등 수많은 사업을 연계시켜 벌일 수 있는 복합경영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서다. 할리우드와 컴퓨터그래픽, 프로스포츠와 디지털위성방송, 인터넷과 게임소프트웨어, 화성탐사와 공상과학등 각 분야의 괴짜들이 이룬 성취가 경영의 귀재들에 의해 서로 얽혀 기업화되면서 이뤄낸 새로운 부가가치가 바로 미국의 콘텐츠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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