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적은 농어촌 자전거 길은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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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녹색성장위원회가 16일 정식 출범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이산화탄소(CO₂) 녹색성장’을 선언한 지 꼭 반년 만이다. 6개월 전 처음 ‘저CO₂ 녹색성장’이란 목표가 발표됐을 때는 큰 틀만 있었고 구체성이 부족했다. 그동안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녹색성장’의 내용을 두서없이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이에 따라 녹색성장위는 ‘CO₂ 녹색성장’의 방향을 정하고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맡게 됐다. 녹색성장위는 특히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는 물론 산업계·과학기술계·문화계·노동계·시민단체 등과 녹색성장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다. 국가 녹색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정책을 발굴한다. 녹색성장위는 저CO₂ 녹색성장을 통해 ‘녹색 선진국’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경제를 살리고 환경을 지키는 녹색성장, 녹색 뉴딜(New Deal)은 세계적인 추세다.

자세히 들어가면 과제가 적지 않다. 도시 지역에는 출퇴근용 자전거가 필요하지만 전국으로 연결하려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없지 않다. 인구가 적은 농어촌에 자전거도로를 개설해도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예산 낭비로 끝날 가능성이 크고, 건설 과정에서 자연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저CO₂ 녹색성장기본법을 2월 안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온실가스 총량 제한과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서는 산업계에서, 에너지 자립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데 대해서는 시민·환경단체에서 반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전략정책팀장은 “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은 시급히 이뤄져야 하지만 총량을 제한하는 방식 외에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이 많기 때문에 산업계 의견을 더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CO₂ 생활 인프라’에 포함한 서머타임제(일광절약시간제)도 마찬가지다. 절약할 수 있는 전력은 전체의 0.3%에 불과한데 비해 생활리듬 혼란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녹색성장의 핵심 기술로 언급된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은 다소 생소한 분야다. 이는 에너지기술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한 ‘똑똑한 녹색전력 기술’이다. IT가 발달한 우리에게 유리한 점은 있지만 선진국보다는 뒤늦게 시작하는 만큼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중앙대 김정인(산업경제학) 교수는 “녹색성장이 에너지 분야에 치우친 감이 있다”며 “저공해 자동차 개발에 주력하는 등 제조업 전체의 체질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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