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덕성여중을 ‘사교육 없는 학교’의 모범으로 만든 김영숙 교장의 리더십은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빛을 발했다. 김 교장의 새로운 ‘공교육 실험’에 힘입어 덕성여중의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사회과목 제외)이 서울지역 평균은 물론 강남지역 평균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학교의 영어과목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국어·수학은 5%, 과학 7.6%, 사회 15.1%로 집계됐다. 서울지역 평균(국어 11.2%, 영어 7.9%, 수학 14.4%, 사회 15.5%, 과학 15.2%)은 물론 사회를 제외하면 강남지역 평균(국어 5.6%, 영어 3.6%, 수학 6.8%, 사회 9%, 과학 8.9%)보다 낮은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 교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특색 있는 방과 후 교육과 수준별 교육을 실시해 인근 중학교에 비해 높은 학력 신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교장의 리더십과 교사의 노력이 학력 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이 이번 평가 결과에서 실질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김 교장은 “전교생 335명의 개인파일을 만들어 영어·수학을 중심으로 꾸준히 형성평가를 해온 것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의 힘=충남지역의 두 초등학교는 모든 과목에서 단 한 명의 학업부진 학생도 만들지 않아 교과부와 교육청을 놀라게 했다. 특히 A초등학교는 국어 과목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98.2%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이 학교의 박모 교장은 이를 “다독(多讀)의 힘”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등교와 동시에 독서를 시작해 독서로 하루 수업을 마감한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은 무려 8500권이다. 독서 골든벨 울리기,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책 읽는 아침’, 학년별 다독왕 선정 등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독서활동 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의 힘’을 키우고 있다. 학부모 20여 명도 사서 도우미로 나서 학생들에게 독서카드를 만들어 준다.
이 학교는 ‘기초학력 부진학생 제로(Zero)화’를 목표로 학부모까지 참여하는 ‘학력증진단’을 만들어 학력 부진 학생들을 개별맞춤 지도하고 있다. 맞춤지도에 필요한 개인 환경 파악을 위해 3, 4월을 ‘찾아가는 교육상담의 달’로 정하고, 원거리 통학생들부터 우선적으로 가정방문 교육을 하고 있다.
박 교장은 “매년 2회 군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기초학력 평가 결과를 토대로 부진학생반·영재반 등으로 나눠 수준별 방과 후 수업을 한 것이 이번 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 B초등학교도 학기 초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 개인별 성취목표를 정한 뒤 학력도달 성취 상황을 분석하는 ‘기초학력 책임지도제’를 운영하고 있다. 독서인증제와 영어활용 능력 평가를 실시해 학생들의 학습 의욕도 높였다.
모든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0.8% 미만에 그친 부산의 C초등학교도 충남의 A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매일 아침 10분 독서 캠페인을 꾸준히 실시한 결과 하루 평균 도서대출 학생이 150명에 달한다. 이 학교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도 학생 요구에 맞게 맞춤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어·수학의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0%를 기록한 부산의 D초등학교도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한 80개의 다양한 방과 후 강좌를 만들어 사교육 수요를 학교로 흡수했다. 생활영어능력 급수 인증제도 실시하고 있다.
교과부 김양옥 학력증진지원과장은 “교육 여건이나 지역적 특성이 비슷한 지역 내 학교 간에도 교육과정,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 등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정현목·이원진 기자
◆기초학력 미달 비율=최소 학업 수준의 20%에 미달한 비율. 100점 만점에 20점 이하를 말한다. 학년 진학이 어려운 수준이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학력 목표 수준의 50% 이상을 달성한 비율. 100점 만점에 50점 이상을 의미한다.
◆학업성취도=학생의 학업 능력이 시험을 통해 나타난 정도. 학력 평가와 같은 말이다.
◆학업 성취 향상도=전년도보다 올해 얼마나 성적이 향상됐는지를 보여 주는 지수. 기초학력 미달과 보통 학력 비율의 증감을 측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