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문화] 이슬람 '탄누라 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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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누라 춤을 추고 있는 하니 아민. 격렬하게 몸을 회전하는 춤이 끝날 때쯤이면 댄서와 연주자.관객들 모두 무아지경을 느낀다고 한다. [서정민 특파원]

막 '탄누라(치마)'춤을 끝낸 하니 아민(46)은 깊은 숨을 들이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얼굴을 땅으로 향하곤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가쁜 호흡 뿐만 아니라 무아경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오늘 50분 이상 돌았다. 색색의 화려한 치마를 입고 쉬지 않고 회전해야 하는 탄누라 춤을 끝낸 그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1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보통 1분에 약 40회를 회전한다고 하니 아민은 오늘 약 2000번 정도를 돈 것이다.

"어지럽지 않은가"라고 묻자 그는 "전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다른 댄서들처럼 아민도 6세부터 이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난 40년 동안 관광객을 비롯해 수피 종단의 각종 행사에서 거의 매일 탄누라 춤을 춘 그에게 이젠 어지럼이란 없다.

이슬람은 근본적으로 춤과 노래를 장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슬람 한 분파로 종교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신비주의 수피즘(Sufism)에서는 예외다. 고위 성직자들이 주도하는 틀에 박힌 경직된 종교에서 벗어나 노래와 춤으로 서민들에게 이슬람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물질적 타락에서 벗어나 신에게 진정으로 가까이 가길 원하는 수피즘의 정신은 탄누라 춤에서 잘 나타난다. 우선 춤의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프로그램에는 30분 정도로 적혀 있었지만 오늘의 춤꾼은 이보다 20분을 더 추었다. 춤을 끝내려면 신과의 교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관광객인 손님들이 지겨워 하건 말건 그는 개의치 않는다.

화려한 무늬와 다양한 색의 옷을 겹겹이 입은 댄서는 춤을 추면서 옷을 하나씩 벗어 던진다. 세속의 짐과 욕망을 점차 털어버린다는 의미다. 물질적 욕구에 가득찬 몸은 무거워 천상에 있는 신에게 가까이 할 수 없다고 신비주의자들은 믿는다. 1000여년 전 초기 신비주의자들이 수피즘(이슬람 신비주의)의 어원이 된 '수프'라는 양털 옷만 걸치고 신을 만나기 위해 사막으로 떠났던 일을 재연하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가족을 포함해 주변의 모든 것을 버리고 금욕적 수도생활에 전념해 수피신앙의 이론과 의식을 정립했다.

춤꾼이 계속 도는 것은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다. "몸이 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마다 옷을 벗어 던집니다." 아민은 설명했다. 춤 없이도 몸이 뜨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성자(聖者)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집트에는 몇몇 성자가 양탄자를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몸을 가리는 마지막 옷을 남기고 겉옷들을 모두 던져버린 춤꾼은 둘째 손가락을 하늘로 향한다. '내가 당신(신)께 지금 갑니다'라는 의미다. 이 동작과 함께 춤꾼은 신을 기리는 주문 비슷한 말인 '디크르'를 외쳐댄다. 신과의 교감이 형성됐다는 뜻이다. 일부 댄서는 기독교의 방언 비슷한 뜻모를 말을 토해낸다고 한다. 춤이 끝나면 노래를 부르던 가수와 악단 모두 무아경에 이른다. 수천번의 회전이라는 고행을 행한 춤꾼의 열정이 구경꾼들의 넋을 흔들어놓기 때문이다.

이집트 전통춤을 대표하는 탄누라는 크게 '수피'와 '이스티으라디'로 나뉜다. 전자는 종교의식으로서의 춤이고, 후자는 각종 민간행사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공연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집트 내 200여개 수피 종단마다 추는 방법이 약간씩 다르다고 한다. 이 중 13세기 말의 성자 아흐마드 알바다위의 이름을 딴 바다위야 종단의 춤이 가장 유명하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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