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관련 잘못알고 있는 의료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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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예 모르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선 무당이 사람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건강상식이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곳은 임신과 출산분야. 갖가지 속설이 난무해 의사들도 옥석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흔히 알고 있는 임신.출산관련 상식중 무엇이 정답인지 분야별로 알아본다.

◇ 제왕절개〓가장 흔한 오해가 첫아기를 제왕절개하면 다음 아기도 무조건 제왕절개해야 한다는 것. 정상분만할 경우 과거 절개부위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상 자궁벽이 얇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안전하다.

제왕절개 산모의 90%는 정상분만을 해도 무방하다.

제왕절개는 아프지 않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산후회복기간이 한달 이상으로 훨씬 길고 합병증도 많아 정상분만보다 결코 좋은 분만법이라고 할 수 없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더욱 영리하다는 것도 근거없는 이야기. 정상분만시 아기들의 머리가 눌려 생긴 변형은 단지 보기에 흉할뿐 뇌기능과 상관없으며 머리모양도 대개 수일내에 회복되기 때문이다.

◇ 산후조리〓산후 몸을 차갑게 하면 산후풍이라 부르는 관절통으로 평생 고생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주의사항. 그러나 여름날 일부러 찜통더위를 참거나 억지로 더운 온돌방에 누워 있어야할 이유는 없다.

근육수축을 유발할 정도로 차가운 온도가 아니라면 샤워나 에어컨 바람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차가운 음식을 기피하는 경우도 많으나 이 역시 근거없는 속설. 냉증을 우려해서라지만 항온동물인 인간의 피가 차가운 음식을 먹었다고 냉증에 걸리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분만후 내내 누워 있기만 하는 것도 문제다.

분만 당시 늘어난 근골격계가 제대로 회복될 때까지 무리한 동작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 그러나 안정도 정도가 지나치면 좋지 않다.

몸을 가눌 수 있으면 바로 적당한 운동을 시작해야 오히려 회복이 빠르다.

◇ 임신과 산후영양〓가물치나 잉어가 산후영양에 좋고 호박이 산후 부기를 뺀다는 것은 모두 실제보다 과장된 느낌. 임신중이거나 산후조리엔 특정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닭고기를 먹으면 닭살돋는 아기가 태어나고 보약을 먹으면 거대아가 태어난다는 속설도 옳지 않다.

쇠고기를 먹는다고 소가 되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며 거대아는 보약보다 오히려 산모가 당뇨를 앓을 경우 발생하기 쉽다.

◇ 딸.아들 가려낳기〓알칼리성 용액으로 질세척을 자주 하거나 여성의 배란날짜에 맞춰 성교를 하면 아들을 낳을 확률이 증가한다.

아들을 결정하는 Y염색체 정자가 산성에 약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불확실하지만 인.철.칼슘성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아들을 수태케 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같은 남녀 가려낳기는 통계적으로만 의미있는 수준에 불과할 뿐 실제 적용하기엔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

◇ 사주와 분만일〓좋은 일시에 맞춰 아기를 낳으려는 인위적 제왕절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7~12월 출생자가 1~6월 출생자보다 장수하며 기형아발생률도 낮다는 것.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지는 우등생은 4~6월 사이에, 운동선수는 8~10월 사이에 주로 태어나며 역사에 남은 창조적 과학자들은 12~4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태어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원인은 명확치 않으나 남반구에선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아 계절변화가 관계있으리란 것이 학계의 설명.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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