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게이머, 상대방 몫 인정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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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24면

이정훈

아이템매니아는 국내 게임 아이템 중개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해 4500억원이 넘는 거래를 중개해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 이정훈(33) 사장이 회사를 만든 동기는 단순했다. 군대를 제대한 뒤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니 아이템을 사고 팔 믿을 만한 중재자가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곧바로 친구 세 명과 돈을 모아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한 게 사업의 시작이 됐다.

이정훈 아이템매니아 사장

-아이템 거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몇 년 전 문제가 된 ‘바다이야기’가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베팅이나 배당으로 모인 사이버 머니를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바꿔주는 게 아이템 거래라는 인식이 퍼지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템 거래는 사행성 보드 게임과 거리가 먼 다중접속역할분담게임(MMORPG)에 집중돼 있다. 거래도 대부분 게이머끼리 개인적으로 이뤄진다. 게임산업진흥법에서도 이런 거래는 인정하고 있다.”

-개발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에 소유권이 있다면 게임 아이템엔 이용권이 있다. 아이템을 얻으려면 게이머의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 게임은 개발사와 게이머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서로 상대방의 몫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픈 마켓에선 명백히 금지돼 있는 사행성 게임 아이템이나 부당하게 취득한 아이템이 거래될 수도 있지 않나.
“판매자 인증 제도로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해 예방한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도 협조해 불법 행위는 곧바로 가려내고 있다.”

-아이템 거래가 게임 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을 심화시키지 않나.
“아이템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면 게임을 더 많이 할 개연성이 큰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이템 거래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이머를 중독시키는 게임의 구조 자체가 더 문제 아닌가. 게임을 오래 할수록 흥미가 떨어지게끔 하는 피로도 시스템 등이 더 도입돼야 한다.”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한 법적 잣대가 분명치 않은 것 같다.
“지난해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추상적인 부분이 많다. 사회적 인식도 아직 부정적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재하는 과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둘씩 뚜렷한 기준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했는데.
“아이템 거래는 한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신용카드 결제, 본인 인증, 가격비교 및 에스크로 시스템 등이 맨 처음 도입된 것도 한국이다.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인프라가 곧 글로벌 경쟁력이 된다고 판단했다.”

-해외에도 이런 시장이 있나.
“지난주 미국의 유명 온라인 게임 ‘세컨드 라이프’를 운영하는 회사가 아이템 중개 회사를 사들였다. 중국의 한 중개 회사가 최근 1억50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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