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작전에서 개미가 살아남는 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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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11면

영화 ‘작전’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가 재심의를 청구해 15세 관람가로 재조정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계와 상류층에 대한 강도 높은 부정적 묘사가 이어지는 이 영화가 ‘미네르바 파문’을 연상시켰기 때문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면 주식시장은 ‘건전한 투자처’라기보다 ‘한탕 먹고 빠지는 곳’이라는 인상이 깊이 남는다.

영화 ‘작전’, 감독 이호재, 12일 개봉

경제와 증권을 독학으로 익힌 다음, 주식의 흐름과 이른바 ‘작전주’의 동향까지 파악해 내는 능력을 갖게 된 우리의 개미 투자자(박용하 분)가 어느 날 거물급 프로들이 벌이는 600억원짜리 ‘주식 작전’에 휘말린다. 작전 지휘관은 오랜 ‘독가스파’ 생활을 청산하고 ‘DGS홀딩스’의 대표로 변신한 전직 조폭(박희순 분), 작전 설계자는 잘나가는 증권회사 최고의 엘리트(김무열 분)다.

여기에 선친에게 물려받은 건설회사를 말아먹고 튀려는 재벌 2세, 족집게 분석으로 유명한 스타 언론인 등이 가세한다. 이들에게 자금줄을 대는 프라이빗 뱅커(김민정 분)는 탈세를 원하는 졸부, 비자금을 축적한 정치인의 자산과 함께 비밀도 관리해주는 인물로, 자금뿐 아니라 권력도 인출이 가능하다. 외국인 펀드매니저 브라이언 최는 “개미들이 환장하는 외국 자본 유입 정보”를 만들어내는, 작전의 윤활유 역할이다.

경제 은어로 ‘작전’이란 증권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 즉 ‘시세 조종’을 뜻한다. 이렇게 주식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가 한국에서 만들어지기는 처음이다. 장판지·단타·통정거래 등 은어가 난무하며 벌어지는 리얼한 상황 연출은 생소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작전이 꼬이기 시작하는 후반부, 손대는 종목마다 자살하는 개미가 나와서 ‘주식 살인마’라 불리는 인물도 투입된다. 수많은 사람의 웃음과 눈물이 섞이고 대박이 나거나 빈털터리가 되는 곳, 실제 전쟁터보다 더 무서운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은 세력에 당하고 작전에 말리는 불쌍한 존재로 그려진다.

“아무리 발악을 해도 되는 놈만 되는 게 세상이야. 미사일 오가는 전쟁에 총 하나 들고 뛰어드는데 누가 말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그렇게 암울하지만은 않다.
거품을 일으키는 놈들이 있으면, ‘사람’과 ‘실물’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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