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구질 자유자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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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나고야의 태양' 선동열 (주니치 드래건스) 이 달라졌다.

음식점으로 치면 한가지만 파는 전문점에서 이것 저것 모두 먹을 수 있게 해놓은 뷔페로 전업했다.

힘에 의존한 빠른 공 일변도에서 강약을 조절하며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는 투수가 된 것이다.

28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는 다양해진 선동열의 진가를 보여준 한판이었다.

시속 1백50㎞를 넘는 광속구에서부터 시속 1백20㎞에도 못미칠듯한 슬로커브. 선동열의 빠른 공에만 익숙해 있던 요미우리 타자들은 공을 맞히기보다 타이밍을 맞히는데 더욱 애를 먹었다.

빠른 공에 강한 '괴물타자' 마쓰이에겐 초구에 전에 볼 수 없었던 슬로커브로 얼을 빼놓았고 기요하라에겐 직구인데도 1백37㎞짜리로 초구를 던졌다.

이시이만 타이밍을 제대로 맞혔을 뿐 나머지는 모두 엉덩이를 뺀 상태에서 커트하기에 바빴다. 슬라이더도 거의 예전의 위력을 보였다.

이같은 변신은 호시노 감독이 애타게 기다려온 것이기도 하다.

그는 선동열이 전반기 무패행진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일말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빠른 공 일변도의 승부를 하다가 후반기 체력이 떨어지며 공끝이 살아오르지 못하면 지난해처럼 난타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변화구 한가지' 만 더 추가해달라는 것이 호시노 감독의 요구였다.

그러나 최근 선동열은 한가지가 아닌 여러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호시노 감독이 걱정했던 후반기의 공끝도 전반기와 다를 바 없다.

29일 보여준 시속 1백53㎞짜리 직구는 자신이 대학시절 기록한 최고구속 1백56㎞에 육박하는 것이었다.

시즌초 선동열은 일본타자들과의 승부에 다소 위축됐었다.

그러다 빠른 공이 위력을 되찾으며 대등한 입장이 됐다.

이제 변화구와 체인지업까지 갖춘 선동열은 심리적.기술적으로 국내타자들을 압도하던 시절처럼 자신감에 넘쳐 있다.

일본프로야구 구원부문의 모든 기록이 그의 수중에 떨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그 때문이다.

나고야 =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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