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세 시비 공항 '짜증'…탑승수속 지연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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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8일 오전9시20분쯤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3층 출국장 입구. 갑자기 청사가 떠나갈듯한 고함소리와 함께 몸싸움이 벌어졌다.

문화체육부 용역직원 張모 (34) 씨가 "출국세 (관광진흥개발기금) 를 내라" 며 30대중반 여자를 붙잡자 배웅나왔던 가족까지 합세해 "출국세가 뭔데 바쁜 사람 잡느냐" 고 항의하다 주먹다짐이 벌어진 것이다.

화가 치민 여자 여행객이 張씨의 신분증을 빼앗아 "돌아와서 보자" 며 출국장으로 들어갈 때까지 줄을 서 기다리던 외국인 20여명등 여행객 1백여명은 영문도 모른 채 발만 동동 굴렀다.

29일 오전 호주로 출국한 洪모 (24.H대3) 씨는 단기연수를 간다고 설명했지만 직원이 '출국세 영수증' 을 가져오라며 가로막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10여분간 승강이하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임박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출국세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달초부터 내국인 관광객들로부터 1만원씩 받도록 한 출국세의 징수문제가 한달이 다 돼가는데도 개선되지 않은 채 계속 혼선을 빚고 있다.

문화체육부는 지난 16일부터 출국장 입구에 아예 용역직원 14명을 배치, 출국세 영수증을 받는등 제도 개선에 나서 하루 7천만~1억원의 기금을 걷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근거없이 출국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이 용역사 직원들을 동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출국을 가로막고 거칠게 납부를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볼썽사나운 다툼이 끊이지 않고 때에 따라선 탑승수속이 20~30분씩 지연되는등 외국인 관광객.일반 승객들까지 큰 불편을 겪게 되자 항공사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32개 항공사 협의기구인 항공사운영위원회 (AOC.위원장 朴鳳瑞타이항공 지점장)가 최근 문체부에 공문을 보내 관광기금 징수제도 개선을 들고 나온 것이다.

AOC는 "영수증 확인작업이 기존 항공안전요원의 여권.출국카드.공항사용료 영수증 확인작업과 겹쳐 혼잡을 가중시키는데다 시비가 잦아 내.외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임병수 (林炳秀) 관광국장은 "출국세 납부자와 미납자를 따로 줄을 세우는 방안등을 건설교통부와 협의중" 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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