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스타트 …정책대결 최대 승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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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월에 있을 15대 대통령선거에서 TV토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특히 여야가 대규모 군중집회 폐지에 의견을 모아가고, 실현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경륜이나 정책의 깊이등 내용보다는 재치문답식 순발력.겉치레가 유권자의 선택동기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돈 덜드는 선거의 불가피한 한 방안이란 점에서다.

그 경우 TV토론이 유효한 선거운동 수단이 될 것은 당연하다.

여야가 합의한 11월까지의 TV토론일정에 따르면 토론은 모두 후보와 패널리스트간에 이뤄지지만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후보 대 (對) 후보의 토론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각 후보들은 휴가일정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가면서 TV토론 준비에 땀을 흘리고 있다.

참모들의 거침없는 질책.비판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대통령후보는 최근 한 스튜디오에서 실시한 모의 TV토론에서 "교통난 해결방안을 얘기해달라" 는 질문을 받았다.

李후보는 "다른 공과금은 적정선에서 유지하더라도 휘발유값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가 참모들의 지적을 받았다.

소형 승용차나 승합차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등이 반발한다는게 이유였다.

모범답안은 "휘발유값 인상도 필요하지만 매일 차량을 이용해 생업에 종사하는 계층에게는 별도 대안을 마련하겠다" 는 것. 판결문처럼 결론만으로 채우지 말라는 조언도 곁들여졌다.

李대표는 이처럼 여의도의 한 방송프로덕션 스튜디오에서 실제상황을 방불케하는 모의토론을 거듭중이다.

집권당 후보로서의 능력.경륜을 부각시키고, 부드럽고 포용력있는 새로운 이미지를 브라운관에서 만들어낸다는 게 기본전략. 당 차원의 공식기구로 'TV토론 준비위원회' 까지 구성했다.

위원은 당3역과 1.2.3정책조정위원장, 박범진 (朴範珍).김형오 (金炯旿).강용식 (康容植).김기춘 (金淇春).박성범 (朴成範) 의원과 고흥길 (高興吉) 특보.윤영오 (尹永五) 여의도연구소장등이다.

이들은 3백여개의 예상질문과 모범답변을 李대표가 숙지토록 돕고 있다.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대통령후보는 사교육비.입시지옥 얘기만 나오면 구조적 문제라며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 를 강조해왔다.

참모들은 이같은 개혁안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학부모 유권자들에게 다소 한가롭게 비칠 수 있다며 교원처우 개선, 방송과외 확충등 기왕의 정책중 단기적인 것을 부각시키도록 요청했다.

그는 27일에도 모처의 스튜디오에서 참모들과 사전준비에 몰두했다.

경제.외교.참모들은 남북문제등에서 경륜을 지닌 지도력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 부각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아사태 해결책, 황장엽 (黃長燁) 문제등 대북관계, 북한의 식량난, 청소년 탈선.폭력문제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연구와 대안마련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

동시에 '인간미 있는' 지도자 이미지 부각에 골몰하고 있다.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대통령후보는 노련한 화술, 세련된 유머로 거의 실수가 없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로운 지지계층 확보에 필요한 신선감, 모자람이 주는 인간적 매력을 간과하고 있다" 고 말한다.

金총재 역시 27일 당사에서 이태섭 (李台燮) 부총재.강창희 (姜昌熙) 사무총장.심양섭 (沈良燮) 부대변인등 당직자들을 가상 패널리스트로 등장시켜 리허설을 가졌다.

방송기자클럽 토론때 선보인 당의 '미디어선거 대책단 (단장 오효진)' 이 이번에도 활발히 움직인다.

충청도 억양을 줄이고 자연스런 손놀림으로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金총재의 자문모임인 'JP그룹' 은 "토론과정에서 이회창대표와의 대결구도를 선명히 부각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따뜻함.시심 (詩心).국정경험.아들문제 (金총재의 아들은 공군병장 만기제대) 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각 후보들은 '내실에 초대된 손님처럼 짧은 시간에 안방의 한사람에게 얘기하듯 푸근한 대화를 나누라' 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체질화하기 위해 열심이다.

'연설을 길게 늘어놓으면 싫증을 느낀다' '무거운 주제로 시청자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은 금물' '한국적 정서상 겸손이라는 특이한 요소' 도 이들이 익히느라 분주한 부분이다.

TV앵커출신인 신한국당 이윤성 (李允盛) 대변인은 "선한 시선으로 시청자를 바라보며 패널들 질문에 공손히 응하는 태도가 필수며 전문지식의 지나친 과시는 금기요소" 라고 지적했다.

최훈.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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