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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예산 재선거 관련 자민련 김종필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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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뭐 특별한 거라고…" "兵 (家) 之常事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간밤에 엄청난 '불상사' 를 당한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총재였지만 25일 오전 중앙당사 총재실에서 중앙일보 김현일 (金玄鎰) 정치부장대우를 만날 때는 언제 그랬더냐는 듯 활짝 웃었다.

평소보다 더 여유있고, 밝게. '불상사' 란 24일 충남 예산 재선거에서 자민련후보가 신한국당후보에게 패배한 것. 金총재는 예산 재선거가 자신과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대통령후보간의 격돌이라는 언론의 분석을 단호히 거부하면서 두 국회의원 후보간의 싸움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지역구 관리를 소홀히 한 자민련후보와는 달리 신한국당후보는 낙선 1년동안 철저히 지역구 표밭을 일군 결과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회창 바람' 운운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역설했다.

기자의 선입관 때문일까, 이를 누누이 강조하며 웃는 金총재에게서 '풍운아 JP' 의 모습과 함께 위기에 처한 자민련호 (號) 선장의 처연한 몸부림도 느껴졌다.

그는 대통령제의 폐해에서 나라를 구하는 방법은 내각제 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12월 대선에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쓰러지더라도. 그는 이회창 신한국당후보와 경쟁해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용이한 상대는 아니다" 고 했고,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와 자신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 5대5의 팽팽한 대결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김현일 부장대우와의 단독 인터뷰는 1시간30분여 계속됐다.

- 심기가 좋지 않으실 때 만나뵙게 됐습니다.

"마음이 좋을 턱이 없지요.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진 것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오. 이건 순전히 오장섭 (신한국당) 후보가 1년동안 악착같이 고생하고 우리당 후보 (趙鍾奭)가 재판으로 마음 안정이 안돼 제대로 뛰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 예산이 고향인 이회창대표가 승리했다고 보는…. (말을 끊으며) "난 그렇지 않다고 봐요. 내가 현지에 있었는데 ' (이회창씨가) 고향사람이냐' 고 물으면 모두 '아니다' 고 합디다.

그걸 아셔야 해요."

- 아무리 그래도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충청도에서 천하의 JP가 졌으니. "사리판단을 해보면 (우리가 진 것엔) 이유있다고 봅니다.

趙후보가 그동안 거의 지역에 내려가지 않았어요. 吳후보는 열심히 했고. 그 점에서 나는 완전히 선거결과에 승복합니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해서 됐다' (李대표의 영향을 지칭) 는 말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후보들간의 공과 때문이지요."

- 충청권 출신 의원들의 동요가 있을 듯한데요. "천만에요. 없어요. 충청도에선 자기만 잘하면 전혀 문제가 없어요. 이러니까 또 지역감정이라고 얘기할지 모르는데 연고 내세우며 호소하는 것은 선거때의 인지상정입니다.

이회창씨도 3김, 지역 운운하면서 제 고향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대통령선거 때문에 지역의 골이 팬건 문제지만."

- 그래도 이회창대표는 자기때문에 예산선거에서 이겼다고 생각할텐데요. "거기서 그렇게 생각하는건 자유요. 그러나 진상은 거기까지 미치지 않았어요. 거기까진 분명히 아닙니다.

완전히 오장섭후보의 노력의 결정이에요."

- 어떤 자민련 의원은 "이번 예산에서 지면 끝장" 이라고 했습니다.

"그건 걱정스러워 하는 소리지 뭐."

- 예산선거 패배로 DJP단일화나 대선레이스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까요.

"전쟁으로 보면 1개대대 병력을 갖고 있을때 제일 먼저 한개소대가 먼저 다칠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격을 중지하진 않지요. 제1목표를 향해 계속 공격하는 법입니다.

그게 원칙이오. 일각이 조금 무너졌을 뿐이지."

- 그래도 작전계획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희생이 많을때 후방에 남겨 두었던 예비중대로 교체할 수 있겠지. 그러나 기본적인 플랜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 여론조사를 보면 총재님은 3등으로만 나옵니다.

아무래도 대선에선 문제가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지요. 나카소네 전 (前) 일본총리 보세요. 제일 소수파로서 총리가 됐습니다.

닉슨이 주지사선거에서까지 떨어지자 모두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했을 때 정계복귀해서 거뜬히 대통령이 됐어요. " - 그건 다른 나라 경우고. 아무튼 승산이 있다고 보십니까. "나는 도전하겠어요. 이 나라의 대통령체제로는 더이상 불행을 막을 도리가 없어요. 내각제로 바꾸자고 내가 외롭게 외치고 있는데 이걸 실현할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욕심은 갖고 의지는 없어요. 안되고 되고는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지요."

- 내각제를 하려해도 일단 대선에서 이겨 집권을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내가 정계에 있는한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 나라가 극히 필요로 하는 제도를 만드는 일에 승부를 걸 것입니다.

다만, 힘이 합쳐지면 더 좋지요. 야권 단일후보를 내도 승산이 없다고 그러는데 언론이 현명치 못하고 불공정합니다.

해봐야 아는 것이지요. 언론 여론조사같은 것은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입니다.

법에도 선거공고 이후엔 못하게 돼있지 않아요. 사전조사하는 것은 언론이 고쳐야 해요."

대선출마는 예정대로

- 야당후보 단일화는 양쪽이 어떤 입장입니까. "나는 집권후 2년반 안에 15대 국회에서 내각제를 만들어 16대부터 내각제를 출범시키면 물러나도 좋다는 생각이고 국민회의쪽은 타협점을 모색하자는 입장인데 양당이 목표를 공유하면 왜 단일화가 안되겠어요. 모두들 기존관념에 기초해 접근하니까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거지. 어떤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어요."

- 15대에서 내각제를 약속하면 단일화를 양보할 수 있다는 건지요.

"양쪽이 다 같은 입장이지. 그 물음 자체가 기존관념이오. 대통령제는 올 오어 나싱 (All or Nothing) 이지만 내각제는 공유하자는 것, 연립하자는 것이에요."

- 내각제개헌이 아니더라도 권력분산이 가능한 것은 아닌가요.

"여당의 용들인가 하는 사람들이 권력분산 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현 대통령제의 문제를 인정한다는 것이지요. 이회창씨도 권력분산을 해야겠다고 했지. 그러나 의원내각제로 가는게 정도고 원칙입니다.

내가 존슨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했던 외교전문가 험프리에게 직접 들은 말이 있어요. '취임직후 존슨이 나를 부르더니 외교고 뭐고 무엇이든간에 내게 영향을 미칠 생각을 하지마라' 그랬다는 거예요. 그만큼 권력은 무서운 것이고 속성상 나눠줄 수 없는 겁니다.

하물며 미국이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죽합니까. (대통령제하에서의 권력분산은) 소용없는 소리요. 권력이 명백히 분립되는 본연의 제도로 바꾸는게 정도입니다."

- 아까 단일화문제에서 고정관념이 있다고 했는데요.

"모두들 제1야당으로 단일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기득관념으론 단일화할 수 없어요."

- 두 야당의 합당론도 나옵니다만.

"합당? 내각제에서 합당은 좋지 않아요. 대체로 3~4개 당이 있어야 합니다.

합당 운운하는 몇사람들이 있는데 합당같은 건 없어요."

- 예산 재선거 패배후 단일화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70살을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서두르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내일.모레가 선거인데 오늘 한다고 하면 안되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충분합니다."

-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총재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까.

" (웃으며) 접촉중인 상대를 이런 데서 대답하게 하는 것도 엄하네. 근원적으로 믿지 않는 상대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그런 요인이 있더라도 앞으로 하기에 달렸지. '지난 날 어쨌다' 는게 다는 아니오. 후보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어요.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농도 (濃度) 여하는 시간과 역사가 증명해주겠지."

- 단일화 가능성을 몇 %로 보십니까.

"목적이 확인돼 공유하면 1백%이고 공유가 안되면 0%겠지. 그 선택여지는 넓어요."

- 보수대연합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데요.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여당 정치인들과 좀 만난다고 연합인가.

대통령을 포함해 여야가 뭡니까. 적입니까. 아니에요. 지금 정권은 박정희 대통령시대 때도 안그랬는데 여야를 완전히 원수로 만들어 놓았어요. 뒷조사해 겁이나 주고."

- 오늘 아침 신한국당 경선 낙선자인 이수성 (李壽成) 고문을 신당동 자택에서 만나 50여분동안 대화를 나누셨는데 李고문은 어떤 사람입니까. "이수성씨는 용기가 있고 큰 결단을 할 수 있는 분입니다.

활달하신 분이지요."

- 신한국당 경선주자들의 이탈전망은 어떻습니까. "나는 그짓 (민자당 탈당 - 자민련 창당) 을 했지만, 권력 속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기는 대단히 어렵지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데 그리 간단히 모험하진 못할거요. 일반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지요."

- 박태준 (朴泰俊) 씨의 포항북선거 승리는 그나마 다행이겠습니다.

"아침에 전화를 나눴어요. 朴회장이 명예회복을 해서 좋습니다.

아직 내일을 위한 깊은 얘기는 없어요. 다만 한계에 다다른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꿔야 한다는 확인은 서로 한 상태입니다.

이제 서울에 오면 만나 얘기해 봐야지."

- 정계개편 전망을 말씀해 주시지요.

"내각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정당도 전부 개편해야 되고 선거법도 고치고, 지구당도 정리돼야 할 것입니다.

정치자금사용법도 바꾸고 모든 것을 뜯어 고쳐야 합니다.

선거구 획정도 넓혀야 할 것이고 행정단계를 3단계에서 2단계로 바꿔야지.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걸 할거고 그때 가면 '헤쳐 모여' 식으로 정계가 변할 겁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당장은 안되는 것이고. 보수대연합은 금방은 어렵습니다. "

- DJP후보 단일화가 됐을때 이회창후보에 대해 얼마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보시오. 이회창씨건 이인제씨건 누가 후보가 되든 여당후보는 권력과 금력.관권을 총동원할 것이요. 인격을 갖고 선거를 치를 수 없는게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구조요."

- 그렇다면 야당 단일후보가 돼도 이기기 어렵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말이 안되지. 싸워서 이겨야지. 어쨌든 여당후보는 용이한 상대가 아닙니다.

정치.사회.경제.안보등 모든 문제가 담벼락 (한계)에 부닥쳤어요. 여당의 후보가 또 대통령이 되면 그 담벼락이 더 두터워질 겁니다.

절대로 그들은 해결 못합니다. 지금 여당구조에선 전임 대통령의 복제판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문.방송들은 여당의 당보인지 이 사람들 (이회창후보등 경선주자들) 얘기만 다 쓰고 있어요." - 관심이 그만큼 있으니까요.

"쓸데없는 소리."

- 김영삼대통령이 정치판을 흔들 '중대결심' 같은 것을 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金대통령은 지난 5.30담화때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때 진솔하게 대선자금을 많이 썼다고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으면 국민들은 다시는 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거요. 그리고 대담하게 국회에서 정치자금법을 완전공영제로 고쳐 선거의 엄정중립관리 의지를 보였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이제 92년 대선자금 문제가 임기가 끝난뒤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변 보좌진의 잘못이기도 하지요. 전두환.노태우 대통령과는 달리 임기후 편안하게 나라를 지켜보길 바랐는데…." 정계개편 내년이나

- 총재님께서 그런 상황을 막으실 수는 없습니까. "국민들 사이에서 그런 문제가 나오면 내가 어떻게 막겠소. 내각제로 고쳐야 해요. 대통령의 끝이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하기 위해서라도. 아무래도 내각제는 연내엔 어려울 것이고. 그러나 60%의 지지국민이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별짓을 다해 막아도 결국 내각책임제는 도입될 것입니다. "

- 정계개편의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금년엔 어렵다고 봅니다.

내년 이후엔 계속 이런 문제가 나올거라고 봐요." - 다시한번 여쭙겠습니다.

각종 여론조사가 김대중총재나 김종필총재 어느쪽으로 단일후보가 돼도 이회창후보에게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승산을 어떻게 보십니까.

"5부 5부로 팽팽하게 싸울 수 있다고 봅니다.

승패는 유권자의 현명여하에 달려 있겠죠."

[만난사람=김현일 정치부장대우. 정리 =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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